고려대가 2009학년도 수시 일반전형에서 고교등급 반영을 통해 특목고 수험생들을 부당하게 우대했다는 의혹이 법원에 의해 사실로 판명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도적으로 일류고 출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고교 별 학력차이를 반영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시험이나 입학전형의 목적에 비춰볼 때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부당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측은 판결취지를 부인하면서 최종적인 법적 판단까지 구해보겠다는 입장이나 드러난 정황으로 미뤄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고려대의 경우는 사회적 약속을 정면으로 무너뜨리고, 비윤리적이고 비교육적인 편법을 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수험생과 학부모를 속인 사례다.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하기 힘든 불공정 행위다. 문제는 이 당연한 판결을 두고도 일부, 특히 외고 관계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반론이다. "고교 별 학력격차가 엄연한데 내신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공정한 평가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편협하고 이기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새삼 구차하게 원론을 되짚자면 특목고는 이름 그대로 특수한 목적의 학교이지 명문대 입시 목적의 학원이 아니다. 수월성 교육은 필요하나 이는 다양한 분야별 수월교육을 지칭하는 것이다. 대입내신 차등화는 환경과 여건 등 외적 요소를 반영함으로써 도리어 학생들의 순수한 자질과 가능성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특목고생의 시험성적이 자질이나 미래 발전가능성과 별 관련이 없음은 서울대 등의 자체조사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났다.
명백히 사회정의에 반하는 특목고 출신 우대는 특히 사회적 책임이 큰 명문대로서 취할 행위가 아니다. 구체적 전형자료를 '영업비밀'이라며 끝내 감춘 것도 비판 받을 일이다. 고려대는 부끄러움을 인식하고 잘못을 겸허하게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마땅하다. 교육당국도 엄중하게 제재해야 함은 물론이다. 사회가치의 기반이 되는 교육에서마저 정의와 공정성을 잃으면 공정사회는 한낱 헛구호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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