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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국립민속박물관 옛날 추석 체험잔치 "얘들아 뽑기라고 들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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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국립민속박물관 옛날 추석 체험잔치 "얘들아 뽑기라고 들어봤니?"

입력
2010.09.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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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어릴 적엔 말이야…

스마트폰은 상상도 못 했던, 주황색 공중전화와 흑백 텔레비전도 신기했던 그 시절, 동네를 주름잡던 말썽꾸러기 악동들도 꼼짝 못했던 위인이 있었다. 물 건너온 '무기'를 들고 선보이는 화려한 손놀림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뿜어 나왔다.

무기는 바리캉(이발기), 위인은 이발사다. 뒤통수를 따라 올라가던 바리캉이 삐끗한 순간, 악동은 머리칼이 뽑히는 듯한 아픔에 눈물이 쏙 빠졌다. "아야!" 소리가 턱밑까지 차 올라왔지만 이발사의 "어허, 사내대장부가…" 이 한 마디에 꾹 누르고 말았다. 1970∼80년대 추석 즈음이면 동네 이발사는 종일 엉덩이 한번 붙일 틈이 없었다. 그 덕에 동네 악동들은 머리를 깨끗이 다듬고 친척을 맞고 차례를 지냈다.

21∼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에 가면 옛날식 이발소에서 그때 그 이발사가 바가지로 물을 부어가며 머리를 깎아준다. '먼 옛날 그리고 가까운 옛날의 추석'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한가위 풍속 체험 잔치다.

근·현대 추석 풍경 따라잡기

이번 잔치에선 옛날식 과자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가까운 옛날 추석에는 학교 안 가고 명절음식 배불리 먹어 신난 아이들이 친지들에게 용돈을 두둑하게 받아 들고 거리로 뛰어나왔다. 약속이라도 한 듯 달고나 파는 아저씨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고사리 손으로 침이나 바늘 들고 콕콕 찍으며 틀 모양대로 잘라내면 덤으로 하날 더 얻었다. 지역에 따라 뽑기 또는 띠기라고도 불린 이 설탕과자, 달고나 한입이 옛 명절의 한 장면을 선물해줄 것이다. 온 동네 떠나가라 튀겨냈던 뻥튀기, 보기만 해도 푸짐했던 솜사탕까지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옛 명절 놀이는 농사나 공동체와 관련된 게 대부분이었다. 놀이를 통해 조상에게 감사하고 온 마을이 풍작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근·현대로 와 산업의 중심축이 농업에서 상공업으로 옮겨가고 외국문물이 들어오면서 놀이 풍속도 변했다. 박수환 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는 "농업공동체 모습이 약해지면서 가족이나 개인 중심의 소규모 놀이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차례를 지내고 난 뒤 가족이나 친척끼리 영화관이나 극장을 찾기 시작한 것도 대표적인 변화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잔치기간 동안 어린이들을 위해 '로보트 태권브이'나 '개구리 왕눈이' 같은 추억의 만화영화를 상영한다. 잔칫날 이틀째인 22일엔 버라이어티 쇼 '이수일과 심순애' 공연도 예정돼 있다. 옛 무성영화 식으로 변사도 갖췄다. 1900년대 초 외국서 들어온 활동사진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한 변사는 배우 저리 가랄 만큼 인기몰이를 했다.

잔치판 한편에서는 1960∼70년대식 다방이 운영된다. 한창 잔치를 즐기다 목이 마르다 싶으면 달짝지근한 옛날식 다방커피 한잔 추천한다. 그 시절에도 가족 친지들의 눈을 피해 살짝 빠져 나와 다방에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청춘들이 있었을 터. 아련한 첫사랑과의 떨리던 만남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이날 다방커피, 단돈 300원이다.

먼 옛날 추석처럼 놀아보기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였던, 좀더 먼 시절의 추석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22일과 23일 이어지는 강강술래와 북청사자놀음, 광개토사물놀이 공연 관람도 좋겠다. 한가위 전통놀이로 강강술래 빼놓을 수 없다.

지역에 따라 남자가 참여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여성놀이로 친다. 그 옛날 동산에 두둥실 보름달이 떠오르면 너른 마당에 모인 여자들이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느린 가락에 맞춰 빙빙 돌았다. 그러다 흥이 더해지면 발걸음이 가벼워지면서 도는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춤과 함께 흐르는 구성지고 가녀린 노랫가락에 우리 할머니들, 어쩌면 슬그머니 손수건을 꺼내실 지도 모르겠다.

마당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놀 수 있는 쌍륙과 투호, 제기차기가 진행된다. 쌍륙은 윷놀이와 함께 대표적인 전통 말판놀이. 윷 대신 주사위를 던진다. 윷놀이는 많은 숫자가 나올수록 유리하지만 쌍륙은 원하는 숫자가 나와야 한다. 컴퓨터게임에만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전통놀이의 재미를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5,000∼8,000원의 참가비를 내면 탈이나 솟대, 단소 같은 전통 생활소품이나 악기를 직접 만드는 문화체험도 가능하다. 한가위 가배주와 송편은 무료로 맛볼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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