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고교 축구 챌린지리그에서 벌어진 승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관계자들을 중징계에 처했다. 향후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교 축구 챌린지리그는 프로축구 산하 유스팀간에 열리는 리그전이다. A조와 B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후 각 조 상위 3개 팀이 진출해 벌이는 왕중왕전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지난 11일 열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부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왕중왕전 진출이 확정된 광양제철고가 포항제철고를 돕기 위해 고의적으로 1-5로 져줬다는 것.
같은 날 울산 현대고에 2-0으로 승리한 금호고는 포항제철고가 대승을 거두며 골득실에서 밀려 왕중왕전 진출이 좌절됐고,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져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축구협회는 이에 따라 18일과 19일로 예정된 순위 결정전을 연기한 뒤 16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원회는 3시간이 넘게 진행됐고, 오세권 부위원장은 “승부 조작 혐의가 인정된다. 이에 따라 손형선 광양제철고 감독과 박형주 포항제철고 감독을 무기한 자격 정지에 처하고 양 팀의 챌린지리그 잔여 경기 출전을 금지한다”고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밝혔다.
오 부위원장은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지만 정황상 승부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중징계의 배경을 밝혔다. 그는 “최종일 경기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경기 시작이 고의적으로 7분여 지연됐다. 납득하기 어려운 경기 내용이었다는 심판의 진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항제철고는 당시 0-1로 뒤진 후반 33분부터 5골을 몰아 넣어 승리했다. 금호고의 최종 결과를 확인한 후 승부를 조작하기 위해 경기 시작을 지연했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결론이다. 오 부위원장은 또 혐의를 입증할 만한 양팀 선수의 문자 메시지도 확보했다고 밝혔. 그러나 경기 동영상 등 승부 조작의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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