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위한 예술을 표방한 아일랜드 출신 탐미주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동성애 상대인 알사거 비안에게 보낸 연애편지가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1887년 당시 잡지 사회(Society)의 기고자이자 편집자로 활동하던 와일드는 동료 편집자인 비안에게 친필 편지 수 통을 보냈는데, 이 가운데에는 업무적인 이야기 이외에 함께 담배를 피울 것을 권유하거나 와인을 마시자는 등 개인적인 내용도 포함돼있다.
텔레그래프가 공개한 와일드의 자필 편지에는 “내일 오후에 집에 있을 건데, 당신이 집에 와서 차 한잔 마시면 너무 기쁠 것 같다” “기사 내용과 관련 이야기 할 게 있으니 저녁에 만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또 “포틀랜드 거리에 있는 파가니 식당에서 금요일 저녁 7시30분에 같이 식사를 하고 싶다”며 “정장할 필요는 없고, 당신과 둘이서 이탈리아 와인이나 한잔하자”고도 했다. “클럽에서는 담배 한대 피우면서 기사 논의를 하기가 어려우니 당신 방으로 가는 건 어때”라며 유혹하는 듯한 문장도 눈에 띤다.
반면 “이건 정말 잘못된 거야, 그렇지 않아?”라며 자신의 동성애 성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편지에 담겨 있다.
와일드의 연애편지는 24일 경매에 나올 예정인데, 전문가들은 낙찰가가 적어도 1만파운드(1,800여만원)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화집 와 소설 등을 쓴 와일드는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유명했으나, 당시 법으로 금지된 동성애 혐의로 2년간 징역형을 살고 프랑스로 건너가 46세를 일기로 숨졌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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