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전 국새제작단장 민홍규(56)씨의 사기극으로 권위가 추락된 4대 국새를 폐기하고 새 국새를 만드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함에 따라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행안부는 16일 “전문가의 조언도, 국민 여론도 5대 국새를 만들어야 한다는 쪽이라 새 국새를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위상이 추락한 4개 국새를 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어 결국 5대 국새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행안부는 조만간 5대 국새를 제작해야 한다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다음 달 중 공청회를 열어 국새 제작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11월에는 국새제작위원회를 구성, 내년 상반기에 제작을 시작할 방침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사용 중인 4대 국새가 3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제작 후 국새를 인계받아 감리작업을 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비파괴검사 초음파측정 구조해석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새의 안정성을 3개월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30년 이상 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견고한 데도 국새를 폐기하면 제작에 들어간 1억9,000만원은 완전히 사장돼 버린다.
국새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상당수 국가가 국새 대신, 국가 최고층의 서명을 쓰기 때문이다. 또 국가 통수권자의 국새전달식도 국새의 중요한 역할인데 이 의식은 한국 대통령 이ㆍ취임식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한편 행안부는 민씨에 대해 2008년 12월 수여한 국민훈장 동백장을 취소하고 민씨가 대표로 있는 ㈔대한민국국새문화원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국새제작단장 선정 및 국새 제작 과정에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황인평 제주부지사 등 국새 제작 관련 공무원 8명은 엄중 문책조치를 한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