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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충전 위해 늘어선 버스들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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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충전 위해 늘어선 버스들 '위험천만'

입력
2010.09.1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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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무심코 남태령길을 달리다간 큰일납니다.”

경기 과천시에서 승용차로 남태령을 넘어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모(35)씨는 얼마 전 퇴근길을 떠올리면 아직도 머리털이 쭈뼛 선다. 자정이 넘어 1차로를 타고 사당역사거리에서 과천 방향으로 달리던 김씨 앞에 난데 없이 후미등을 끈 버스가 나타난 것. 순간적으로 핸들을 꺾어 오른쪽으로 피했지만 만약 옆에 차가 있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상황이었다. 김씨는 “버스 수십 대가 늘어서 있어 마치 도로에 기차가 서 있는 것 같다”며 “경찰에 민원을 넣으니까 이틀 정도 사라졌다가 다시 같은 상황이 매일 밤 벌어져 항상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 중앙에 멈춰선 버스들

15일 0시 10분. 사당역에서 남태령길을 따라 달리자 과천 경계를 조금 못 미친 언덕길 1차로에 정차해 있는 수십대의 버스 무리가 나타났다. ‘버스기차’라는 말이 너스레가 아니었다. 노선번호가 제 각각인 서울 지선버스와 마을버스 등 20여대가 꼬리를 물고 편도 4차로 중 1차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라이트를 켠 차도 있었지만 일부는 아예 시동을 끈 상태라 가까이 가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았다. 쌩쌩 달리던 차량들이 뒤늦게 버스를 발견하곤 급하게 차로를 변경하는 통에 차들이 격하게 경음기를 울려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앞쪽에는 U턴 차로가 있었지만 버스 세 대만 서면 포화상태라 나머지 버스들은 앞차들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며 조금씩 전진하는 상황이 오전 1시가 넘도록 계속됐다. 이 길을 자주 다니는 강모(36)씨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밤 이러다가 정말 큰 사고가 한 번 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원인은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

서 있는 버스들이 줄지어 들어간 곳은 W운수가 운영하는 CNG충전소. 이 곳에서는 충전기 세 대로 가스를 넣었지만 버스 한 대 충전에 약 5분이 걸렸다. 결국 버스들은 30분 가량 도로에서 대기해야 차례가 돌아왔다. 충천소 관계자는 “인근에 충전소가 여기밖에 없어 다른 회사 버스들도 모두 이곳으로 온다”며 “버스 운행이 끝나는 오후 11시 이후에 가스를 넣다 보니 일시적으로 버스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충전소에서는 매일 서울 관악구의 O버스와 H운수, 서초구 C운수와 S운수, 동작구 H운수, 경기 안양시 M운수와 O교통, 과천시 K운수 등 노선버스 250대와 관악구청, 과천시청의 버스들까지 약 420대의 차량이 드나든다. 서울 행당동 CNG버스 폭발사고로 충전 시 감압지침이 내려지자 노후버스 100여 대는 하루에 두 번씩 충전이 필요해 체증은 더욱 심해졌다.

서울시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지만 내달 말 신림충전소가 가동되기 전까진 ‘버스기차’를 없앨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다.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충전소 확충 없이 짧은 시간에 CNG버스만 늘리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시 정책을 원망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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