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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도…대선주자도…한발씩 '왼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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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도…대선주자도…한발씩 '왼쪽으로'

입력
2010.09.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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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너나 할 것 없이 왼쪽으로 한 걸음씩 옮아가고 있다. 성장보다는 복지에 방점을 찍고 줄곧'서민'을 외치는 게 요즘 정치권의 풍경이다. 한때는 입에 올리기 조차 부담스러웠던 '진보'라는 단어를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모토로 내걸기도 한다.

본래 보수세력인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친서민', '공정사회'를 집권 후반기 모토로 내걸며 뚜렷이 중도 쪽으로 몸을 틀었다. 중도개혁을 표방해왔던 민주당은 '진보'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당 강령에 진보성을 더했고 '원조 서민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자유선진당도 '따뜻한 보수'를 표방하면서 공공요금 인상 저지와 같은 서민정책을 들고 나왔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클릭 더 왼쪽으로"를 외치는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보수 쪽에 근거지를 뒀던 한나라당은 중도쪽으로, 민주당은 중도에서 좀더 진보쪽으로 이동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왼쪽으로의 이동인가. 경제적 변화와 이에 따른 한국사회 계층 변화와 직접적 인과 관계를 갖는다는 분석이 많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류였던 중산층이 신자유주의 바람 속에 몰락하면서 서민층이 대거 늘어났다는 것이다. "스스로 서민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86%"(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2003년 60.4%에서 지난해 55.5%로 줄었다"(삼성경제연구소)는 조사 결과는 이런 현상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한다

두터워진 서민층의 목소리는 선거를 통해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 여당 당직자는 "무상급식 등 서민 화두를 빼앗긴 게 지난 지방선거의 한 패인"이라고 말했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는 "한때 너도나도 중산층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거의 모두가 서민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으로선 이러한 계층의 변화를 정책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정권의 성격과 유권자의 이념 정체성이 반대로 움직이는 민심의 파동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노무현정권을 거치면서 자신을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가 이전보다 대폭 늘어났다"며 "현정권에서는 반대로 자신을 '진보'라고 답하는 응답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성장'이 화두였던 2007년 대선과 달리 2012년 대선에선 서민의 삶의 질 개선을 놓고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대선주자들도 이 같은 흐름을 타고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사회복지에 깊은 관심을 표시하는 한편 지난해 5월 미국 스탠포드대 연설에서 '원칙이 선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왼쪽으로 한 걸음 옮겨 놓았다.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담대한 진보'를 모토로 내세우고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등 뚜렷한 좌향좌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진보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대권주자들 공히 현정권의 정체성과 반대로 움직여야 다음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김문수 경기지사는 되려 오른쪽으로 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의 손학규 상임고문도 당초의 중도개혁 노선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운동권 출신인 두 사람은 자신들의 노선이 '진보'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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