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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는 공정거래부터] (4) 협력업체 숨통 트는 공정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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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는 공정거래부터] (4) 협력업체 숨통 트는 공정 문화

입력
2010.09.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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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정사정해도 꿈쩍 않던 은행, 대기업이 보증서자 대출 OK

경북 경산산업단지에 자리잡고 있는 아진산업은 자동차 차체 프레스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ㆍ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다. 직원수는 300여명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이 1,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알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자금 부족에 시달렸다. 2008년 하반기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차입이 어려워진 것. 더군다나 이 회사는 지난 1998년 외환 위기 직후 자금 경색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맞아 법정관리 신세가 된 적이 있다. 배한봉 경영지원본부장은 "'딱 10년 만에 다시 위기가 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직원들 모두 바짝 긴장하고 금융기관의 문을 부지런히 두드렸지만 냉대만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러던 차에 현대ㆍ기아차가 상생 보증프로그램이라는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ㆍ기아차가 조성한 기술보증기금을 바탕으로 협력사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 아진산업은 이를 활용, 지난해 3월 기업은행으로부터 10억원의 알토란 같은 긴급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 5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50억원의 대출을 받아 신규 설비확충과 같은 장기 발전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배 본부장은 "아무리 사정을 해도 꿈쩍도 않던 은행이 대기업이 보증을 서니까 달라지더라"며 "보증이라는 게 서로 믿어야만 가능한 것이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현대ㆍ기아차와 우리 회사 간 유대감과 신뢰가 한층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상생 협력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중소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자금지원이 가장 실효적인 방안이라는 평가가 많다. 금융권으로부터 손쉽게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기 때문이다.

최근 상생에 적극적인 일부 대기업이 어음 결제 관행을 현금 결제로 바꾸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협력사를 위한 직접 자금 출연을 820억 규모로 확대했다. 기존에 운영해 오던 납품대금 100% 현금결제, 1,000억 규모의 운영자금 신용대출, 2,640억 규모의 상생보증프로그램, 네트워크론 등도 활성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1차 협력사에서 2,3차 협력사로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3차 상생대출프로그램은 현대ㆍ기아차가 보증을 서 1차 협력업체가 대출을 받도록 한 뒤 이 대금을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 납품대금 결제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한 것. 지원 규모가 모두 3,000억원에 달해 2,3차 금형, 주조 등 기초산업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들 2,3차 기초산업 협력사들은 금형틀과 주조틀이 금융권으로부터 담보로 인정을 받지 못해 자금조달에 애를 먹었다.

이와 함께 현대ㆍ기아차 임직원이 직접 1,2,3차 협력사를 방문, 지원금이 1차에서 2,3차 협력사로 제대로 흐르는지 실태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불합리한 1차 협력사에게는 계도 활동을 펼치고, 우수한 1차 협력사에 대해서는 각종 인센티브와 포상을 수여해 각종 상생 프로그램 제도의 안착을 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상생펀드 700억원 등 총 7,400억원을 협력사 지원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업의 특성상 주요 원자재를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공급, 지원하는 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SKC는 협력사에 자금과 기술을 동시에 지원해 동반성장을 실천하고 있다. 컬러필름 중간재에 필요한 마스터칩을 생산하는 협력사 영일화학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영일화학은 지난해 초 시설투자 이후 자금난을 빠졌다. 이 소식을 접한 SKC는 영일화학에 4%대의 저금리로 9억원을 지원했다. 또 엔지니어를 파견, 설비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자금과 기술을 수혈 받은 영일화학은 빠르게 정상화됐다. 그 결과 2008년 21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두배로 껑충 뛰었고, 올해는 6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SKC 관계자는 "영일화학은 기술자립을, SKC는 안정적 중간재 확보라는 윈-윈을 이룬 것"라고 자평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자금지원을 통한 협력이 활발하다. 롯데는 기존 롯데마트, 롯데백화점에서 펼쳐왔던 협력사에 대한 저금리 대출(네트워크론)을 올해부터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의 계열사로 확대 시행한다. 특히 롯데마트는 협력사를 금융권에 추천, 무보증 무담보 저리 대출을 주선하는 다모아론을 운영하고 있는데, 단기 자금이 필요한 협력사로부터 인기가 높다.

신세계 이마트는 16일 협력사에 총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상생플러스론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은행이 개별 협력사에 이마트의 신용도를 적용, 5%대의 금리로 대출을 해 주는 제도로, 이마트에 상품을 납품하는 즉시 협력사는 납품금액의 80%沮?대출을 받을 수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대기업의 자금과 기술 지원을 통해 중소 기업이 성장하면 이는 곧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양자의 지속 가능한 경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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