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경제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수도 요금은 1㎥에 0.77 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63 달러의 30% 선이다. 덴마크 6.7 달러와 비교하면 10분의1에 불과하다. 물의 사용가치와 무관하게 공급 요인만 고려해 값을 정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물 절약에 동참할 유인도 적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의 전환기에 살고 있다. 먼 훗날 우리 후손의 생존은 이런 변화의 결과에 따라 생존이 판가름 날 것이다. 물과 식량, 에너지는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면서 미래에는 손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자원이라는 점에서 'FEW(Food, Energy, Water)'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식량과 에너지 위기의식은 많이 높아졌지만 유독 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안일하다. 이를테면 통신비의 11분의1 수준으로 마음껏 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수 특성과 물 공급능력을 살펴보면, 이는 한낱 착시에 불과하다. 한반도의 기온은 지난 100년 사이 세계 평균의 2배인 1.5도 높아졌다. 최근 10년간 하루 1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린 날은 385일로, 1970ㆍ80년대에 비해 1.7배 증가했다. 가뭄 역시 지난 100년간 16회에 불과했으나 최근 2년 동안 7번이나 발생했다. 과거 100년간 연평균 강수량 1,245mm은 큰 변화가 없지만 연도별로는 최저 754mm(1939년), 최고 1,792mm(2003년)로 무려 2.4배 차이가 난다. 지역별 편차도 심해 제주도와 남해안 및 영동지역은 많은 반면 경북 등 낙동강 유역의 내륙지방은 아주 적다.
1990년대 이후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홍수와 가뭄의 증가는 용수공급 능력이 취약한 원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인 산업화와 도시화 및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양질의 물 소비 증가는 수자원 부족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만들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물 관리 여건이 기후변화를 극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국의 대부분 하천이 말라있는 상태에서 효율적 물 관리를 위해서는 댐이나 보, 광역상수도 등의 수자원 시설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 아파트에 사는 어느 가정주부 얘기다. 수돗물이 단수 된다고 하면 큰 걱정이란다. 물은 가정마다 그날 사용할 양이 거의 정해져 있다. 물을 미리 받아놓을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받아놓은 물은 위생상 썩는 느낌이어서 영 찜찜하단다. 양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하기 위해서는 재투자가 필수적이지만, 국내 상수도사업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기존시설 개선 비용을 대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근본적 해결책은 물 자원의 유한성에 대한 국민의 위기의식과 함께 안정적인 물 공급에 적정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물 자원의 가치를 적정한 수준으로 높이면 연관산업의 시장 규모가 증가한다. 그러면 시설 대체, 수질 향상 및 연구개발 투자도 증가해 양질의 물 공급 서비스를 보다 저렴하게 누릴 수 있다.
두 군데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 물을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사업규모가 1원 증가하면 국내총생산은 약 2원 증가하고, 반대로 공급액이 1원 줄면 물 확보 비용은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약 2.4원 증가한다. 물이 중대한 산업자원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물을 절약해 쓰고, 그 합리적 가치를 물 값에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양질의 물 자원을 보전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최병습 수자원공사 건설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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