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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자' 16일 개봉/ 원작 '영웅본색'에 눌린 눈물 젖은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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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자' 16일 개봉/ 원작 '영웅본색'에 눌린 눈물 젖은 액션

입력
2010.09.1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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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적자'의 원작 '영웅본색'(1986)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다. 코트 자락 휘날리며 쌍권총을 쏘아대던 저우룬파의 모습은 홍콩 누아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24년이 지났고, 배경을 홍콩 암흑가에서 부산 뒷골목으로 옮겼다지만 '무적자'에 드리운 '영웅본색'의 그림자는 길고 짙다. 네 명의 선 굵은 미남 배우가 출연하고, '파이란'으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들고 100억원대의 돈을 들여 만들었지만 '영웅본색'의 강렬한 빛을 넘어서진 못한다.

무기밀매조직에서 활동하는 혁(주진모)과 영춘(송승헌) 등을 특수부대 출신의 탈북자로 설정한 출발은 매혹적이다. 목숨 걸고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뿌리 내리려는 그들의 범법 행위와 돈에 대한 욕망은 감정이입의 폭을 넓힌다. 형인 혁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생각하며 그를 철천지원수로 여기는데다 경찰인 철(김강우)과 혁의 갈등은 드라마의 진폭을 높고 깊게 만든다. 혁과 영춘을 곤경에 몰아넣는 부산 토박이 건달 태민(조한선), 혁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앞날은 개의치 않는 영춘의 의리 등 호객의 요소는 많기만 하다.

배경에 따른 몇몇 차이를 빼면 이야기 전개는 '영웅본색'과 크게 다르지 않다(심지어 쌍권총 액션까지 나온다). 태민에게 배신을 당한 뒤 혁은 철과의 화해를 위해 암흑가에서 발을 빼고, 절름발이가 된 영춘은 세차로 밥벌이를 한다. 태민의 음모로 혁과 영춘이 다시 범죄에 휘말리면서 비극적인 복수극이 이어진다.

좋은 소재와 좋은 배우, 좋은 연출이 버무려졌지만 공감도는 높지 않다. 주인공들의 눈물 젖은, 그러나 화려하다 못해 판타지에 가까운 액션이 관객의 감정을 폭풍처럼 휘몰아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춘이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멋들어진 보잉 선글라스를 썼다 벗었다 하는 등 뒷골목 인생들의 복장과 행동은 막 패션쇼 무대에서 내려온 모델 같다. 탈북자라는 사회적인 소재는 사실성보다 겉멋에 치우친 배우들의 연기 속에서 급속히 휘발된다. 처연한 비극 앞에 관객이 눈물 흘리기 쉽지 않은 이유다.

태민이 마지막 장면에서 철에게 던지는 대사 "니형 데불고 고마 가라! 니들 고향으로…"를 좀 더 앞으로 빼 남한 건달의 텃세를 강조하고, 탈북자의 서러운 감정을 극의 중심추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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