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더불어 현실사회주의를 힘겹게 지탱하는 쿠바가 획기적인 시장경제 도입을 선언했다. 쿠바 정부를 대신한 노동자연합은 그제 정부와 국영기업 등 공공부문 근로자 50만 명을 내년 3월까지 해고, 소규모 자영업 등 민간부문에서 흡수한다고 밝혔다. 사회주의경제 실패와 세계 경제위기가 겹친 상황에서 권력승계 과제까지 짊어진 쿠바의 모색은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는 북한의 행로를 가늠하는 비교 대상으로 새삼 떠올랐다.
쿠바의 변화는 지난 주, 공산혁명의 영원한 상징 피델 카스트로가 몸소 예고했다. 오랜 노환에서 일어난 카스트로는 '혁명의 적' 미국의 진보 언론인과 보수학자를 함께 불러 진솔한 회견을 했다. 그는 "쿠바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해 센세이션을 불렀다. 1990년대 동구권의 현실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뒤 사회주의 이념을 부지해온 상징적 혁명 지도자가 체제 실패를 공언한 것은 대단한 파격이다.
'카스트로가 사회주의 실패를 선언했다'는 논평이 잇따르자 그는 '오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투적 논란의 뒤꼍에서 두드러진 정통한 해석은 "후계자 인 동생 라울의 체제 개혁을 뒷받침하는 마지막 봉사"라는 것이다. 진정한 사회주의 혁명지도자의 권위를 동원,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을 억누르려는 행보라는 평가다. 이어 시장경제 도입 선언이 나왔다.
서구 언론은'1959년 혁명 이래 최대 변화' 또는 '제2 혁명'이라고 본다. 그러나 고용인구 500만 가운데 이미 100만 명이 민간부문에 종사하는 데 비춰, 쿠바의 시장경제 개혁은 그들 말대로 '쿠바 모델의 현실화'노력이다. 생존을 위한 체제 개혁이다.
우리 사회에 중요한 것은 북한과의 차이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다. 전문적 잣대를 빌리면, 쿠바는 권력세습 등과 관계없이 탈(脫)전체주의 사회인 데 비해 북한은 아직 강고한 전체주의 체제이다. 그만큼 북한의 체제 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환상이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비판에 늘 유념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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