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식량지원 빗장을 풀었지만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식량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전략 카드인 대규모 식량 지원을 이산가족 상봉 등 단기적인 현안 진척을 위해 사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15일 “5월24일 발표한 단호한 대북정책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수십만톤 수준으로 대규모의 인도적 식량 지원을 위해서는 천안함 사태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이날 서울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열린 한국국방안보포럼 주최 국방개혁 세미나에서 이같이 언급하면서 “6자회담 재개 문제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유엔사_북한군 회동을 제안하며 남북간 추가적 면담이 필요하다고 제의하고 있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비핵화나 천안함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인도적 협력으로 천안함 사태와 핵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하면 논리 비약”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규모 식량 지원이 인도적 차원의 현안과 연계될 수 없고, 대한적십자사의 쌀 5,000톤 이외에 추가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런 기조는 남북 경협, 북핵 문제 등에도 그대로 적용될 듯하다. 그는 “남북 경협이 가능하기 위해서도 북한의 천안함 사태 인정과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6자회담은 우리 정부의 ‘비핵화 그랜드바겐’ 제안에 북한이 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안함 사태 이후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을 전제로 한 남북 접촉은 없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적절히 관리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전향적으로 반응할 때 우리도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통일부는 이날 “북한 평북지역 수해 지원을 위해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이 신청한 쌀 203톤(2억8,400만원 상당)에 대한 반출을 어제(14일) 승인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아울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밀가루 2,400톤, 옥수수 1.000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밀가루 130톤) 등의 식량 및 구호품 반출 신청도 승인했다. 이로써 천안함 사태 이후 발이 묶였던 민간단체의 대북 식량지원이 16일 본격적으로 재개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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