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신한지주 내분사태의 불길이 정치권으로 옮겨오고 있는 양상이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5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회 기획재정위 양당 간사가 합의한 대로 라 회장을 증인으로 반드시 채택함으로써 현재 금감원에서 조사하고 있는 차명계좌, 부도덕한 탈세 문제 등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추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 대변인인 조영택 의원은 이에 앞서 라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송금한 50억원이 재일동포 등 9명의 차명으로 관리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라 회장_신상훈 사장_이백순 행장 등 신한사태 3인방 가운데 유독 라 회장에게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권력 내부의 특정세력이 군산상고 출신으로 호남지역 정치인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신 사장 ‘제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신한사태가 불거진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이 라 회장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국감 무대를 통해 신한사태에 대한 정권개입 의혹을 정치 쟁점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간은행으로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으면서 정상적으로 잘 성장하고 있는 우량은행에 대해 사장의 고향이 호남이라는 이유로 그를 배제하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 이상의 책임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는 문제”라며 라 회장_신 사장_이 행장 3명의 증인 채택을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전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여야 간사의 합의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라 회장의 증인채택에 강하게 반대해 결국 안건이 보류됐다.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형평성 문제이다. 김광림 의원은 “라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면 조세포탈 혐의가 있는 모든 민간인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의원도 “재정위가 조세포탈 의심이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부른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라 회장 증인 채택에 반대하는 것은 신한사태가 정치이슈로 부상할 경우 지게 될 부담 때문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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