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정환, MC몽이 남긴 집단MC 체제의 그림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정환, MC몽이 남긴 집단MC 체제의 그림자

입력
2010.09.15 12:18
0 0

여러 명의 MC가 등장하는 집단 MC 체제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다. 이들이 모여 발휘하는 힘은 개개인의 능력을 합한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들이 형성한 ‘패밀리’가 단순한 혼합물이 아니라 화합물이기 때문이다. 저마다 개성을 살린 캐릭터를 부여 받은 멤버들 사이에 친소 혹은 권력관계가 형성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프로그램이 장수할 수 있는 힘도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역으로 멤버 한 명에게 문제가 생기면 세포의 기능 상실이 유기체의 활동 마비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부작용이 뒤따른다. 병역기피 혐의를 받는 MC몽, 거액의 빚을 낸 해외 원정도박 의혹 속에 잠적한 신정환 사태는 집단 MC 체제의 이런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들이 출연하던 프로그램의 위기를 넘어, MBC ‘무한도전’의 성공 이후 집단 MC 체제가 본류로 자리잡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전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나영석 PD는 “굉장히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최근 ‘1박2일’은 MC몽, 은지원, 이승기 등 젊은층이 뭉쳐 ‘섭섭당’을 만들고 강호동, 이수근 등 나이 많은 그룹에 대항하는 구도에서 재미를 찾았다. MC몽이 빠지면서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판이다.

나 PD도 “멤버들간 힘의 균형이 무너져 대결구도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MC몽은 짧은 시간 안에 즐겁고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는데, 당장은 대체 멤버 투입 없이 기존 멤버들이 그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아직은 잘 될 지 어떨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리를 잘해 ‘몽장금’이라 불린 MC몽의 부재는 아이템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 PD는 “아무래도 요리하는 부분은 없어질 것 같다”며 “대체 아이템을 찾고 있다”고 했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집단 MC 체제를 적용한 토크쇼다. 여기서 신정환의 부재는 뼈아프다.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등 다른 MC들이 할 수 없는 그만의 역할이 차지하는 자리가 컸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의 특징은 정신 없이 말을 주고받는 것. 쉴 틈 없이 개그를 던지고, 말 한마디 놓치지 않고 꼬리를 잡거나 시쳇말로 ‘주워먹는다’고 표현하는 파생 개그를 만들어낸다. 신정환은 이 부분에서 탁월했다. 맥락에서 한참 벗어난 애드리브를 하는가 하면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상대를 놀리거나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게스트에게서 이야깃거리를 뽑아낸다. 그래서 신정환의 공백은 축구로 따지면 공격수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15일 신정환이 빠진 채 추석특집편을 녹화한 ‘라디오스타’의 박정규 PD는 향후 대책에 대해 “지금 대답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캐릭터와 스토리의 절묘한 결합을 가능케 하는 집단 MC 체제는 앞으로도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의 대표적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런 포맷 일색인 것은 문제다. 최근 다양한 형식 실험을 통해 시청률도 무섭게 상승하고 있는 케이블TV 예능을 보더라도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지상파 방송사의 보수적이고 안일한 태도 때문에 성공한 포맷인 집단 MC 체제가 보편화됐고, 검증된 일부 연예인들의 중복출연이 가능해졌다”며 “똑같은 포맷과 출연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