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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 인파 몰리는 까닭은…"백두산, 화산폭발 전에 보자" 天池 하루 1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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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 인파 몰리는 까닭은…"백두산, 화산폭발 전에 보자" 天池 하루 1만명

입력
2010.09.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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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았다. 천지가 열린 것이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뿌연 하늘이 걷히자 장군봉 백운봉 등 백두산 16개 봉우리가 순식간에 눈앞에 다가섰다. 비취색의 하늘 호수 천지가 드러났다.“우와∼좋다”, “하오 피아오량”(아주 예뻐요) 등 한국과 중국 관광객들의 감탄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11일 오전 10시 백두산 천지. 수면이 드러나자 수천 명의 관광객들은 중국쪽 북파코스인 천문봉에서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언제 다시 시계(視界)제로 상황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 쳐놓은 철망은 아슬아슬할 지경이었다. 모두 천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천길 낭떠러지 바위 위에 몸싣기를 주저하지 않은 탓이다. 중국 보안원이 고함을 쳐보지만 역부족이었다. 초가을 날씨인데도 모자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한 60대 보안원은 “관광객이 많은 날은 1만명이 넘는데, 아무리 막아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백두산 관광객의 90% 정도는 이곳 북파코스를 찾는다”고 귀띔했다.

화산폭발 가능성이 제기된 백두산에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빠르면 4, 5년 후에 폭발한다는 밑도끝도 없는 말들이 나돌면서 “어서 보자”는 심리가 사람들을 천지로 내몰고 있었다. 간혹 “무섭다”며 여행을 취소하는 예약객도 있지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크다는 것이 여행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찾은 천지에는 중국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관광객은 6∼8월 휴가기간에만 집중되는 이유에서다. 또 백두산이 2004년 중국 10대 명산으로 선정되고, 스키장과 온천 등 개발 붐이 일고 있는 것도 중국 관광객 증가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백두산 관광객의 80%는 중국인이며 나머지 20%는 한국인으로 파악된다. 러시아와 유럽쪽 관광객들은 드물다.

북한쪽에는 관광객을 찾기 힘들었다. 5위안(한화 863원)을 주고 망원경을 통해 북한 장군봉 아래 천지 쪽을 보니 케이블카 도착지 근처에 10여 명이 천지를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곳에서 망원경을 대여해주던 리선(28)씨는 “북조선 쪽에는 하루 통틀어 100∼200명이 천지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산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08년 국내 한 방송 팀이 천지에서 프로그램을 찍은 지 20여 일 후 산사태가 발생, 천지 물가로 내려가는 길은 3년째 폐쇄된 상태다. 장백폭포를 끼고 천지로 가는 길 옆에도 어른 키만한 바위가 수십 개가 떨어져내려 있었다. 폐쇄된 지 2년된 이곳에는 9일쯤에도 작은 바위가 굴러내렸다는 게 안내원의 얘기다.

남북관계가 아직 팽팽한 가운데 보안도 부쩍 강화됐다. 천지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글자를 화선지에 쓰려던 서예가 율산 이홍재 선생은 꿈을 접어야 했다. 현수막 종류의 천과 종이는 아예 반입이 금지됐다.

하지만 백두산에서 민족통일의 꿈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김병익(67ㆍ부산 해운대구)씨는 “초등학교 동창 8명이 처음으로 백두산을 찾았다”며 “천지를 볼 수 있어 더할 나위없이 기쁘지만 북한땅을 거쳐 올라왔으면 더 좋을뻔 했다”며 아쉬워했다.

백두산에서 윤동주의 생가가 있는 롱징으로 가는 버스에서는 이민3세인 중국동포 가이드 이계홍(36ㆍ여)씨가 ‘대전블루스’를 개사, “잘있거라 백두산아”로 시작하는 노래 한가락을 멋드러지게 뽑았다. “기다리오 그날까지, 통일의 그날까지….”

백두산=글ㆍ사진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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