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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소나무에게 절 받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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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소나무에게 절 받는 사람들

입력
2010.09.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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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소장수의 아들'이라 외치던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셧다운'시킨 박연차씨는 오히려 주거제한에서 풀려났다. 병보석의 관례를 깨고 주거지가 서울 딸 집과 김해 자택으로 확대됐다. 이유는 우울증이었다.

박연차씨의 실형이 대법원에서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거나, 허가한 대법관이 신영철씨라는 가슴 답답한 현실을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박씨가 주거제한의 '유배'에서 풀려 김해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에 만세삼창을 불렀다는 소나무 장수가 있었다고 한다.

김해의 그 소나무 장사는 또 한 그루 소나무를 구해서 오로지 박씨에게 감상시킬 날만 기다려 왔다 한다. 박연차씨는 소나무 수집광이다. 마음에 드는 소나무가 있으면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수송헬기를 빌려 소나무를 옮겨올 정도였다. 박씨가 경영하는 김해의 모 골프장에는 '절하는 소나무'가 있다.

둘레가 2m쯤 되는 소나무는 지상 4m 높이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절을 하는 형상이다. 김해에 있는 조선시대 김양증(金養曾)의 묘를 지키던 소나무인데 소나무 장수가 후손에게 사서 인터넷 경매를 붙여 100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되팔았다고 알려진 소나무다. 수령 200년이 넘는 그 소나무는 조선조 충신의 묘에 절하다가 이제는 골프장을 오가는 고급 승용차에게 절하고 서있다. 늘 푸른 소나무는 충절의 상징인데, 세상 참 가관이다. 가관.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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