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주요 외빈을 만날 때면 항상 오 시장 옆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다름아닌 오 시장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영어 통번역사 장현수(28)씨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나온 장씨는 지난 1년 동안 13번의 대담과 40여 차례의 외빈 예방 때 오 시장 곁을 지켰다.
장씨의 일정은 전적으로 오 시장 스케줄에 따라 결정된다. 대담이나 예방, 각종 행사 때는 물론이고, 오찬이나 만찬 때도 그는 식사 대신 소통을 돕는다.
대담은 대개 1시간 소요되지만 준비는 1주일 전부터 한다. 대담 상대와 주제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과 백과사전에서 찾아 기록한다. 보통 대담 이틀 전에 원고가 장씨에게 전달되지만 원고대로 안 읽는 경우가 많아 안심은 금물이다.
최근 오 시장이 예전보다 조크를 자주해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통역을 잘 해 다 함께 웃게 되면 저도 흐뭇해지죠."
장씨는 오 시장의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귀띔했다. "전문적 주제가 아니라면 의사소통에 거의 지장이 없어요." 축사 개막사 만찬사는 물론이고, 외국인 예방 때도 대부분 오 시장이 직접 대화한다.
"오 시장은 달변가 입니다." 오 시장은 주술 호응이 흠잡을 데가 없어 통역하기 편하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를 산만하게 늘어놓지 않고 핵심을 간결히 짚어내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는 힘든 점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1~2분 정도 말한 후 통역할 때가 편한데, 오 시장은 호흡이 길어 4분을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제가 통역한 게 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늘 긴장하죠. 통역을 통해 서울시를 세일즈한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어요."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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