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영(11)양은 아버지 임종진(47)씨와 단둘이 경기 양주시 백석읍에서 산다. 집은 차가 씽씽 달리는 도로 바로 옆에 있다. 조그만 부엌이 딸린 월세 15만원짜리 단칸방이라 씽크대나 세면대 같은 건 없다. 문을 열고 집 뒤로 빙 돌아가야 나오는 화장실은 옆집과 공동으로 사용한다. 공간이 좁다 보니 집 안은 당연히 지저분하다. 냉장고는 안으로 들일 수 없어 아예 문밖에 내놓았다. 비나 눈이 오면 냉장고는 흠뻑 젖는다.
임씨는 일용직으로 건축 일을 하지만 일거리가 없어 쉬는 날이 더 많은 편이다. 속이 탄 임씨는 자주 술을 마시고, 그럴 때면 임양은 더 침울해진다. 시 관계자는 “청결하지 않고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큰 주거 환경이라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너무 좋지 않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런 임양 집에 11일 오전 ‘내 고장 사랑기금’ 200만원이 전달됐다. 같은 시각 새마을지도자양주시협의회 회원 등은 집을 고쳐 주러 찾아왔고, 현삼식 시장도 임양의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방문했다.
기금과 이웃들의 도움으로 임양 집 부엌에는 곧 싱크대가 생기고, 장판도 새로 깔린다. 문밖의 냉장고 역시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임양이 “컴퓨터가 갖고 싶다”고 혼잣말처럼 읊조리자 시는 중고 컴퓨터를 제공하고, 이웃들은 인터넷을 연결해 주기로 즉석에서 결정했다. 현 시장도 “사정이 딱해 시 차원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낯을 가렸던 임양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번졌다. 임씨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벅찼는데 이렇게 관심을 가져 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마워했다.
양주=김창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