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 서울 한양대병원의 한 병실. 오전 7시께부터 3시간 넘게 수술을 받은 최세지(3)양은 허리부터 발끝까지 깁스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반복된 수술에 익숙해진 탓일까. 전신마취가 풀린 직후인데도 최양 얼굴은 생글생글했다. 안색이 어두운 것은 엄마 이혜령(33)씨였다. 안쓰럽게 딸을 쓰다듬던 이씨는 “아프다는 말도 할 수 없는 딸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탄식했다.
최양은 골반에서 다리뼈가 빠지는 선천성고관절탈구증을 앓고 있다. 다른 아기들이 걸음마를 시작하는 돌 무렵 최양은 일어서지도 못했고, 몸을 뒤집을 수도 없었다. 수술을 받았지만 차도가 없어 다리는 또 빠졌다. 이후 수술은 계속돼 이번이 8회째다. 잦은 수술과 입원에 시달린 최양은 말 배울 시기마저 놓쳐 ‘엄마’라는 한 마디도 제대로 내뱉지 못한다.
홀몸으로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에서 아들(10)과 최양을 돌보는 이씨에게 요 몇 년은 악몽이었다. 도의 위기가정 지원 정책인 무한돌봄 덕에 수술비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생활비가 문제였다.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림을 꾸리다 보니 집을 자주 비우게 돼 아픈 최양을 잘 돌보지도 못한다.
빛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지만 이날 이씨 얼굴은 모처럼 환해졌다. 시 추천으로 최양에게 ‘내 고장 사랑기금’ 300만원이 전달된 것이다. 김문희 시 주민생활지원과 사례관리팀장은 “수술비 지원이 절실했는데 참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딸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면 바랄 게 없다”고 한국일보와 국민은행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이씨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졌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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