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 ‘신한 사태’해결의 열쇠를 쥔 이사회가 열리기 전부터 회의장 주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오후 1시. 이사회 멤버 12명 중 일본에 체류 중인 1명을 뺀 11명이 무거운 표정으로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금융 본사로 들어섰다. 전성빈 의장과 김병일 이사 등 국내 이사는 물론이고 정행남 재일동포 이사도 “할 말이 없다”, “회의가 끝나봐야 알겠다”는 말만 남긴 채 회의장으로 사라졌다. 특히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은 오전 일찍부터 각자 사무실에서 관련 자료를 검토했고, 신 사장은 외부에서 변호사들과 대응책을 논의한 뒤 회의 직전 도착했다.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가운데 본사 16층 대회실에서 열린 이사회는 라 회장-이 행장 측과 신 사장 측의 치열한 공방으로 시작됐다. 라 회장 측은 원우종 신한은행 감사와 컨설팅회사 담당자를 내세워 ‘신 사장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1시간 가량 펼쳤다. 또 새 여신관리시스템을 통해 발견한 증거와 고소장에 명시하지 않은 다른 부실 대출 사례도 제시했다.
신 사장 측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신 사장과 함께 고소된 이정원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과 전 여신관리부장인 김 모 본부장, 변호사 등은 사전에 준비한 자료를 제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이희건 명예회장 고문료 횡령 혐의와 관련, 실제 업무를 담당했던 전ㆍ현직 비서실장까지 배석시켜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이 명예 회장이 귀국하면 비서실장을 통해 한 번에 1,000만~2,000만원 정도씩 5년간 총 7억1,1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라 회장도 고문료 지급에 관여했다는 증거도 제시했다. 이밖에 ▦이 명예회장 동의 없이 (이 행장) 자의로 부당한 고소가 이뤄졌고 ▦이 명예회장이 아들을 통해 고소 취하를 요청했으나 묵살됐다고도 주장했다.
양측 공방이 끝난 것은 오후 4시20분께. 이사들은 5분간 휴식을 가진 뒤 안건 상정을 위한 토론에 들어갔다. 극단적 해법보다는 빨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최선책을 택하자는 데 합의한 이사진은 1시간 가량의 토론을 거쳐 결론을 냈다. “신 사장 혐의에 대한 판단은 이사회가 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
이사들은 또 ‘사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며 신 사장 직무정지안을 상정시켜 찬성 10, 반대 1로 가결했다. 일본에서 화상 참석한 히라카와 요지 이사는 표결 전 자리를 떠 불참 처리됐다.
마라톤 회의 끝에 기자들 앞에 선 전성빈 의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과거보다는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