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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의 유씨씨] 연예인과 유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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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의 유씨씨] 연예인과 유명인

입력
2010.09.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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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演藝人)의 사전적 의미는 연기나 노래, 무용 등의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연극배우나 성악가, 발레 무용수를 연예인이라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연예인이라는 용어는 순수 예술보다는 대중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을 구별해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연예인이 유명인과 동일시되는 것은 대중 예술이 매스 미디어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대중예술은 영화나 방송 등의 미디어에 의해서 수많은 사람에게 동시적으로 소비되고 그 때문에 연예인은 유명해지는 것이다.

행동과 인성을 사회가 평가

연예인이라는 우리말을 영어로 번역하면 무엇이 될까? 의미만으로는 무대 위에서 무언가를 공연하는 퍼포머(Performer)가 가장 가깝지만 미국에서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가 아닌 만큼 한국의 연예인과는 차이가 난다. 엔터테이너(Entertainer)라는 용어가 이 연예인들이 주로 하는 기능, 즉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유사하지만 여기에는 연예인이라는 용어가 갖고 있는 '유명한 사람'이라는 부가적인 의미가 빠져 있다.

유명하다는 의미에서는 스타(Star)가 가깝지만 스타라는 말 속에는 '대중의 강력한 숭배'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어, 이 또한 한국의 모든 연예인에게 적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 연기나 노래, 혹은 코미디로 수많은 대중에게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그로 인한 강력한 자기 숭배를 이끌어내는 사람은 연예인 중에서도 소수이다. TV 주말 버라이어티에 나와서 재담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사람들은 연예인이고 엔터테이너이지만, 그 모두가 반드시 스타는 아니다.

유명세만을 놓고 따졌을 때 셀레브리티(Celebrity)가 적절하다. 미국의 문화연구자들은 셀레브리티를 '유명해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기회에 미디어에 노출이 됐고, 그로 인해 지속적으로 미디어의 관심을 끄는 사람이다. 기능이 아니라 한번 확립된 자신의 유명세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유명세를 생산하는 사람으로, 특별한 연예적 성공 없이도 언제나 세계적으로 미디어의 관심을 몰고 다니는 패리스 힐튼 같은 인물이 이 용어에 가장 적절한 사람이다. 배우나 가수, 코미디언이나 스포츠 스타 심지어 리얼리티 쇼에 나와서 유명해진 일반인도 이 셀레브리티에 속한다. 모든 기업의 총수가 셀레브리티는 아니지만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이미지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든 셀레브리티이다.

공인(公人)이라는 용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일에서 사적인 가치보다는 공적인 가치를 우선에 두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판검사 등은 이 의미에서 공인들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이미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동으로 소유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의 공인(Public Figure)이다. 한국의 연예인들이 스스로를 공인이라 칭할 때는 이 두 번째 의미일 것이다. 그들은 널리 알려져 있고, 그 때문에 이들의 행동과 인성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재단되고 평가된다.

스스로 도덕성 관리해야

한국의 연예인들은 분명 미디어의 수혜자들이다.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유명세는 이들에게 막대한 수입을 가져다 준다. 이 수입의 종류는 가수가 음반을 팔아 만드는 수입이나 영화배우가 수많은 관객을 모아서 버는 수입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이들에게 가장 확실한 재산은 유명세 그 자체인 것이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유명세를 관리하는 일이다.

유명세를 관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도덕성이다. 야구 선수가 타율을 올리기 위해 매일 밤 수천 번의 스윙 연습을 하듯이 이들은 자신의 도덕성을 끊임없이 연습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재능은 대체 불가능하지만 유명세는 언제든지 미디어에 의해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다.

육상효 인하대 교수·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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