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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극단 전망의 '베리 베리 임포턴트 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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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극단 전망의 '베리 베리 임포턴트 펄슨'

입력
2010.09.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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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결혼부터 베갯머리 송사까지 인터넷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세상이다. 엿보기는 21세기 문화 코드다. 극단 전망의 '베리 베리 임포턴트 펄슨'은 이른바 VVIP들의 속내를 폭로언론의 시선으로 들여다 보게 한다.

기자에서 영국의 연극과 영화를 누비는 작가로 변신한 조 펜홀(43)의 이 작품은 연극적 활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무대에서 그것은 이악스러운 인간들이 생생하게 그려 보이는 속물성의 구현에 있다. 이 시대, 선인은 더 이상 없다. 욕망과 자본이 지금 인간을 움직이는 확실한 힘이라고 그는 말한다.

객석이 무대에 빠져드는 것은 매스미디어의 행태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질서의 실체를 생생하게 포착해 가는 속도감 때문이다. 창간호 발행을 준비하는 잡지 편집인과 여기자가 사생활이 수상쩍은 방송가의 중견 스타를 찾아가 벌이는 행태가 근간이다.

"사람들은 진실에 흥미를 느끼지 않아." 편집인의 말은 선정성, 상업성 경쟁에 내몰리는 언론 상황을 압축한다. 마약 혐의로 스타의 꼬투리를 잡는 취재진에게 노련한 스타는 방송가의 비리를 터뜨리겠다며 맞서고, 거래의 결과로 인터뷰가 성사된다. 증거와 함께 난잡한 사생활을 추궁 당하던 스타는 잡지 편집인의 비리 사실을 끄집어 내며 상황을 역전시킨다. 결국 사생활 폭로전의 양상으로 치닫기까지, 민망스런 몸싸움도 마다않는 배우들의 연기는 이 시대 언론과 권력의 문제를 '허리 아래'의 일로 통렬히 치환시켜 낸다. 위선이 또 다른 위선을 잡아먹고 사는, 적대적 공존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무대는 연극적 활력으로 넘친다. 배우들의 입에서 언어의 다발이 속사포처럼 터져 나오지만 객석에 명료하게 전달되고, '삽질' 등 유행어까지 적절히 구사하며 치고 받는 대화 사이에는 빈틈이 없다. 최신 번역극과 무대의 생경함은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연극이다.

지난해 3월부터 '덤쇼'라는 원제로 낭독 공연, 워크숍 등 극단이 준비에 공들여온 시간의 두께가 최대의 공신이다. 2004년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잇달아 상연된 이 작품은 이번에 아시아권 초연의 기록을 수립했다. 1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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