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의 경제학자들이 이스라엘 하이파의 놀이방 몇 군데에서 20주에 걸쳐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출근할 때 놀이방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이 자녀를 늦게 찾아가는 일이 잦아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처음 4주 동안 부모들의 행태를 관찰한 결과 부모들이 놀이방 당 1주일에 평균 8번 정도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5주째부터 10분 이상 늦을 경우 3달러의 벌금을 내는 제도를 시행했다. 결과는? 부모들의 지각이 줄었을까. 천만에 부모들의 지각회수는 되레 2배로 늘어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스티븐 레빗의 나오는 이 얘기는 잘못 설계된 인센티브가 어떤 역효과를 가져오는지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벌금의 액수가 너무 적었다. 한 달 내내 지각해도 월 보육료(380달러)의 6분의 1 수준인 60~70달러만 내면 되니 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도덕적 인센티브(죄책감과 미안함)를 경제적 인센티브(벌금 3달러)로 대체한 것이다. 부모들에게 지각의 가치가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결과 17주째부터 벌금을 폐지해도 지각하는 부모의 수는 전혀 줄지 않았다. 과거엔 지각하면 죄책감이라도 느꼈으나 이젠 그런 감각마저 무뎌진 것이다.
■ 그럼 지각 벌금을 100달러로 했으면 해결됐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각 부모가 없는 것에 비례해 놀이방을 포기한 부모들도 적잖았을 것이다. 이 경우 역시 인센티브가 잘못됐다. 교환법칙에 기반한 거래 자체가 깨졌으니 말이다. 주류경제학계가 보기에 '발칙하고 엉뚱한'레빗은 여기서 "경제학은 근본적으로 인센티브를 연구하고 활용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차에 부과한 2페니의 세금이 보스턴 차 사건을 낳고 결국 미국 독립전쟁을 이끌어낸 것처럼, 잘 설계된 인센티브는 그 자체로 총탄이고 지렛대이고 열쇠가 된다는 것이다.
■ 엊그제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12개 대기업 총수가 만나 공정사회에 걸맞은 대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따져봤다. 거래의 공정이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모든 공정의 핵심이라는 인식의 반영이다. 하지만 재벌 총수들을 불러 대통령이 초등학생 훈계하듯 얘기하고 총수들은 숙제검사 받듯 몸을 낮추는 모습은 언제 봐도 어색하고 껄끄럽다. 이 대통령은 제도와 규정보다 재계의 인식 변화를 강조하지만 그런 변화의 인센티브를 만드는 것은 정부 몫이다. 도덕적으로 손가락질 받고 사회적으로 왕따 당하며 경제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그런 인센티브 말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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