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임시 전당대회'인 조선노동당 3차 대표자회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한 당국이 소집을 예고한 '9월 상순'이 길게 잡아도 15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개최일은 단 하루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당 대표자회 개최 분위기는 우선 북한 언론 매체의 보도에서 감지된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4일자 사설에서 "당의 강화 발전에 조국과 인민의 운명, 혁명의 전도가 달려 있다"며 "전당과 온 사회에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확립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설은 "당 대표자회와 당 창건 65돌이 다가오는 지금"이라는 표현도 써 회의 개막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북한 노동당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선군정치'가 시작되면서 상대적으로 추락한 위상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강조한 노동신문 사설은 북한이 3차 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당을 통치체제의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주까지 공연관람과 자강도 현지시찰 소식이 전해진 김 위원장의 동정 보도도 뚝 끊겼다.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와 회의 준비에 매진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회의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상순이 다 가도록 회의가 열리지 않은 점, 당 정치국이 6월 대표자회 의제를 '최고지도기관 선거'로 명시한 점 등은 북한이 후계체제에 대비한 당 조직 정비에 공을 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 국방 문제 등을 두루 다룬 1,2차 회의와 달리 당 중앙위원회 구성과 정치국, 비서국 선출 등 인사를 마무리 짓고 서둘러 회의를 끝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3남 김정은도 당 중앙위원으로 선출된 뒤 정치국 상무위원회나 비서국 등의 요직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대비한 호칭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이날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고 김일성 주석을 지칭하던 '위대한 수령'으로 바꿔 부르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1991년부터 김 위원장을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최고 사령관' 등으로 불러왔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초 방북한 국제 기독교선교단체 '오픈 도어즈'의 폴 에스타부룩 국장은 "6월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과 안내원들이 김 주석은 위대한 수령, 김 위원장은 친애하는 지도자로 구분해 호칭했는데 이번에 관찰한 결과 김 위원장을 위대한 수령으로 지칭하고 김 주석은 '영원한 주석'으로 바꿔 불렀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쓰던 친애하는 지도자라는 호칭은 김정은을 위해 남겨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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