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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지 국립발레단장 인터뷰/ "발레 강국 러시아도 한국의 실력 인정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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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지 국립발레단장 인터뷰/ "발레 강국 러시아도 한국의 실력 인정한거죠"

입력
2010.09.1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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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B20(발레 20위권)에 드는 것 같습니다. 발레 강국 러시아 무대에서 우리 무용수가 주역으로 서는 건 역사적인 일이고, 저 또한 긴장됩니다.”

최태지(51) 국립발레단 단장은 수석무용수 김지영, 김주원, 김현웅, 이동훈이 10월 볼쇼이극장에 주역으로 서게 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국립발레단이 한ㆍ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볼쇼이발레단과 주역 무용수를 교환, 25~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라이몬다’를, 10월 7~8일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합동 공연한다. 이어 11월 26일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로스키극장에서 국립발레단만의 ‘차이코프스키’를 선보인다. 대관이 아닌 초청 공연으로, 단원들은 출연료를 받는다.

_ 볼쇼이극장 공연이 성사된 배경은.

“유리 그리가로비치(20세기 러시아의 대표적인 발레 안무가로 국립발레단 레퍼토리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스파르타쿠스’ ‘로미오와줄리엣’이 그의 작품이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2년 전 그는 우리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아나톨리 익사노프 볼쇼이 극장장을 초대하자 했고, 감명깊게 본 익사노프 극장장이 볼쇼이극장 차원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외국인 주역 무대를 허락했다.”

_ 그리가로비치는 중국, 일본에 작품조차 주지 않았다던데.

“맞다. 우리도 수준이 안 된다며 두 번이나 퇴짜를 놓은 끝에 2000년 공연을 허락했다. 부인이 별세했을 때도 우리 단원들을 지도했던 그는 이제 한국 국립발레단을 ‘자신의 두 번째 발레단’이라며 끔찍이 아낀다.”

_ 한국 발레는 최근 세계 콩쿠르를 휩쓰는 등 활약이 대단하다. 우리 발레의 위상을 어떻게 보는가.

“10년 전만해도 B30에도 못 들었다고 본다. 그러나 클래식과 모던 레퍼토리를 동시에 소화해 낸다는 점에서 우리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유럽에서도 대 인원이 필요한 클래식 전막 발레를 올릴 수 있는 단체는 파리 오페라, 로열 발레단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콩쿠르 결과만 봐도 우리 무용수의 테크닉과 체형은 이미 세계적이다.”

_ 한국 발레의 과제는.

“한 해 공연이 30회에도 못 미치고 관객의 90% 이상이 무용 관계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국립발레단도 한 해 120회가량 공연한다. 우리 스스로가 내실을 키울 때라는 말이다. 테크닉 이상의 교육을 위해 발레 전문 학교가 필요하다.”

_ 예중ㆍ예고 무용과도 미달인데, 발레 학교가 잘 될까.

“사교육비는 많이 들이면서도 스타는 소수이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내가 지향하는 발레 학교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벽지의 아이들도 발굴해 양성하는 곳이다. 또 무용수뿐 아니라 안무가, 평론가 등도 전문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

_ 1996~2001년, 2008년부터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오랫동안 단장을 맡고 있다. 임기가 올해 말까지인데, 계획은.

“단장이 바뀌더라도 큰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려고 내년 구상까지 하고 있다.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과 프랑스 등에서의 공연을 추진 중이고, 국립현대무용단과의 교류, 신인 안무가 공모 등을 통한 실험적 무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감독 이창동 전 문화부장관에게도 연출을 부탁하고 싶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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