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 접수가 끝난 서울 주요대학들의 2011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시 모집 인원이 전체 모집 정원의 61.6%까지 크게 증가했고, 많은 대학이 중복 지원을 허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험생 자체가 증가한 이유도 컸다. 베이비붐 세대로 분류되는 1989~91년생 수험생들이 몰린 데다 2012학년도 수능 개편에 따른 재수 기피 현상까지 겹쳤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논술을 치르는 수시 2차 전형의 경쟁률이 특히 높았다. 이는 일단 '보험' 차원으로 지원한 뒤 수능 성적에 따라 논술 응시 여부를 결정하려는 수험생들의 생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비교적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류 전형의 비중이 커 미리 준비를 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 지원하기가 쉽지 않아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의학전문대학원의 폐지와 의사에 대한 전통적인 선호도 등이 겹쳐 각 대학 의예과는 100대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대학의 수시 지원 현황을 분석한다.
서울대
서울대 수시모집에선 1,884명 모집에 1만2,468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은 6.62대1이었다. 전형별로는 특기자전형 8.97대1(지난해 9대1), 지역균형선발전형 2.89대1(지난해 2.9대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해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학과는 특기자전형의 농경제사회학부로 23대 1을 기록했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에서는 사범대학 사회교육계열의 역사교육 전공이 7대1로 가장 높았다. 반면 가장 낮은 경쟁률은 지역균형선발전형의 건설환경공학부로 15명 모집에 27명이 지원해 1.8대1이었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에서는 지난해 지원율이 낮았던 최상위권 학과들의 경쟁률이 대부분 상승했다. 경영학과는 1.88대1에서 3.95대1로, 의예과는 1.95대1에서 3대1로 높아졌다. 반면 지난해 지원율이 높았던 학과들은 대부분 경쟁률이 낮아졌다. 소비자아동학부는 지역균형선발 5.79대1에서 3.93대1로, 특기자전형 22.5대1에서 13.5대1로 각각 낮아졌다. 지난해 경쟁률을 참고한 수험생들의 지원 기피 현상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기자 전형에서는 소신지원의 경향이 두드러졌다.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문계열, 공학계열, 농업계열 등은 대부분 하락했고, 선호도가 높은 자연과학대학 및 상위권 공학계열의 지원율은 높게 나타났다.
연세대
전체 입학 정원의 84%를 수시 모집으로 선발하는 연세대는 지난해보다 1만7,875명이 늘어난 5만9,208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한 20.94대1이었으나 모집 인원이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지원자도 대폭 증가했다.
수시 1차는 일반우수자 전형이 36.17대1, 글로벌리더 전형이 8.41대1, 수시 2차의 진리자유 전형은 11.64대1이었다. 특히 글로벌리더 전형은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두 배 가까이 늘어 5,047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인 진리자유 전형은 경쟁률이 낮아졌다. 1단계에서 교과 성적을 100% 반영하기 때문에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지원을 기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비교과 활동, 서류 작성에 대한 부담도 지원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반우수 전형 중 인문계열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학과는 심리학과로 58.72대1을 기록했으며, 언론홍보영상학부가 56.23대1, 사회학과가 52.61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신학과는 11.71대1의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자연계열에선 의예과 78.61대 1, 수학과 62.58대 1, 치의예과 53.4대 1로 예년과 다름없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의학전문대학원의 폐지로 인해 선호도가 낮아질 것이라 예상됐던 화학생명공학부와 생명공학과도 여전히 강세였다. 생명과학계열에 대한 선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대
고려대는 2,646명을 뽑는 수시모집에 7만8,649명이 지원해 29.7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29.16대1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다. 전체 수험생이 늘어 지난해에 비해 전형 요소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경쟁률이 높아졌다.
지난해 학생부우수자 전형에서 명칭이 바뀐 지역우수인재특별전형은 550명 모집에 2,484명이 지원해 4.52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논술을 치르는 수시 2차의 일반전형은 작년에 비해 지원자가 9,000여명이 늘어나 경쟁률이 47.79대1에 달했다. 문과계열의 심리학과가 101.41대1, 사회학과가 83.67대1로 선호도가 높았고, 나머지 학과들도 50~6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자연계열의 의예과는 120.47대1로 모든 전형 가운데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반면 보건계열은 20대1 이하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졌고, 가정교육과, 컴퓨터교육과도 10대1 미만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계선도인재전형은 외국어 기준을 완화해 지원자가 두배 늘었다. 작년 200명 모집에 1,437명이 몰렸으나 올해는 250명 모집에 2,815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11.26대1이었다. 사회공헌자 특별전형도 지원 자격을 기존의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자녀 뿐만 아니라 다자녀 가정,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까지 확대해 26.78대1로 경쟁률이 올라갔다.
다른 대학들도 수시 과열
소위 빅3 대학을 제외한 다른 대학의 경쟁률도 치솟았다. 서울 12개 주요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은 총 55만3,007명(중복지원 포함)으로 평균 경쟁률은 27.5대1을 기록했다. 작년 최종 경쟁률 24대1(지원자 42만9,908명)을 뛰어넘는 것으로 지원자 수로는 12만여명이 증가했다. 일부 대학의 인기학과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었으며, 중앙대 의학부는 무려 252.92대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숙명여대는 8.76대1, 성신여대는 26.76대1의 경쟁률을 각각 보였다.
각 대학들이 가장 많은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전형(논술중심전형)의 경우 성균관대 54.57대1, 한양대 59.65대1, 이화여대 27.95대1의 경쟁률이었다. 특히 중앙대는 지난해 48.8대1에서 87.11대1로 경쟁률이 높아져 주요 대학 가운데 가장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분석실장은 "2012학년도에는 수시 전형 및 수능이 바뀌기 때문에 재수를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했으며,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 신설하고 지원 자격까지 완화한 것이 전체적인 지원율을 끌어올린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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