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성에서 열릴 이산가족 상봉행사 협의를 위한 남북 적십자간 실무접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안함 사태 여파로 남북간 대화가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인도주의’를 매개로 한 양측의 만남은 향후 남북관계의 풍향을 가늠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북측은 13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갖자”는 대한적십자사(한적)의 제의에 대해 당일 신속하게 수용 의사를 밝혔다. 대남 통지문에 장소(자남산 여관)와 참석 인원(2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접촉에 적극 임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는 적십자 차원의 남북 실무접촉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이명박 정부 들어 두 번째다. 다른 점은 지난해에는 남측이 먼저 제안한 적십자 실무회담에 북측이 응했다면, 이번에는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 카드를 먼저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북측이 선제적으로 나온 이상 상봉 준비 과정에서 큰 이견은 없을 것을 것으로 보인다.
보다 큰 관심은 양측이 상대방에게 제시할 숨은 의제에 있다. 정부는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북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상봉 정례화는 남북 대화의 틀이 아직 인도주의 사안에 한정돼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단발로 끝난 지난해 상봉 행사가 결과적으로 북측의 대남 유화 공세에 이용된 측면이 큰 만큼 남북관계의 전면적 복원 등을 상정한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그 동안 북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납북자ㆍ국군포로 문제는 인도주의 범주에 포함돼 있다는 판단 아래 일정 부분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산가족 문제를 대하는 북측의 속내는 다르다. 북측은 상봉 정례화나 납북자ㆍ국군포로 의제에 일정 정도 호응하면서 실무접촉을 남측으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얻어내려는 기회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대북소식통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장소가 현재 폐쇄 조치가 내려진 금강산이라는 점도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둔 북측의 유력한 카드”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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