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치러진 일본 집권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현 대표인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을 큰 표 차이로 누르고 재선했다. 이로써 민주당 정권은 향후 중의원 조기 해산이나 총리 중도 사임이 없는 한 2년 뒤 차기 대표 선거 때까지 간 총리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이날 임시 당대회를 열어 실시한 당대표 선거에서 간 총리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당원ㆍ지지자 표 합계에서 721포인트를 얻어 491포인트를 얻은 오자와 전 간사장에 압승했다. 전체 투표점수 합계인 1,222포인트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국회의원 표에서는 간 총리가 412포인트, 오자와 전 간사장이 400포인트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방의원 표에서 간 총리는 60포인트, 오자와 전 간사장은 40포인트를 얻었고, 당원ㆍ지지자 표에서 간 총리는 249포인트를 얻은 데 반해 오자와 전 간사장은 51포인트에 그쳤다. 잦은 총리 교체에 대한 거부감과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한 불신 등 국민 여론을 반영한 당원ㆍ지지자 34만명의 압도적인 간 총리 지지가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간 총리는 재선 직후 "곤란에 직면한 일본을 활기찬 나라로 다시 만들어 다음 세대에 넘겨주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장기 정권운영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선배로 지도를 받았다"며 "약속한 대로 선거가 끝난 뒤 내편 네편 없이 모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당총력 체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협력을 부탁한다"며 화합을 주문했다.
한편 간 총리 당선 결과가 나온 직후 미국 달러 당 엔화환율은 83.09엔까지 급락하며 엔화가치가 15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간 총리가 오자와 전 간사장에 비해 최근 엔화강세 흐름을 저지하기 위한 정부개입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증시는 소폭 하락했다. 이날 닛케이(日經)평균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2.51 포인트 하락한 9,299.31에 마감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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