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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1부> (12) 겉도는 우리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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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1부> (12) 겉도는 우리의 아이들

입력
2010.09.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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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깜둥이" 따돌려 등교 공포증까지

# “한국 친구들은 말을 잘 못한다고 바보라고 욕하고, 이상하게 생겼다고 놀리기만 한다. ‘네 나라로 꺼져 버리라’고 욕할 때는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계속 난다. 엄마한테 얘기하면 엄마도 울까 봐 말을 안 한다.”(다문화가정 자녀 B양)

#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에게 아프리카 깜둥이라고 놀림을 당했다. 중1 때는 같은 초등학교 나온 아이들도 나를 더럽다고 피하고, 그래서 향수도 뿌리고 했는데 향수를 뿌렸다고 또 놀린다.”(파키스탄에서 온 A양)

한국 사회에서 미래의 주역이 돼야 할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 울타리 밖을 맴돌고 있다. 피부색이 조금 다르고, 말이 조금 서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한다. 가정 형편이 어렵고 학교 공부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면서 상급 학교 진학률도 자꾸 떨어지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따스한 배려와 정책이 없으면 우리의 미래는 갈수록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의지할 곳 없는 우리 아이들

다문화가정 아이인 초등학교 1학년 루이 키우(8ㆍ가명)양은 학교를 갔다 오면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공부 못한다고 놀린다. 학교 가는 게 너무 싫다”고 투정이다. 베트남 출신의 엄마는 그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을 쏟아 낸다. 제대로 한국말을 배우지 못한 탓에 읽기 쓰기 등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인 딸이 안쓰럽기만 하다. “형편이 어려워 돈을 벌러 나가야 된다. 그러면 딸을 봐 줄 데가 학교밖에 없다”는 엄마와 “학교가 싫다”는 딸. 엄마는 “참아야 된다”는 말밖에 해 줄 얘기가 없다.

2년 전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온 수포요(18ㆍ가명)군은 최근 고교 진학의 꿈을 포기했다. 여느 한국 아이들이라면 대학 진학을 고려해야 할 나이. 그러나 한국말을 못해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그는 중학교 2학년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어린 친구들과 보낸 2년은 수포요군에게 견디기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멍청이”라는 놀림은 예사. “더럽다, 꺼져라”며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교사 역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수업에 방해된다”“다른 아이들도 많은데 너한테만 신경을 쓸 수 없다”는 이유로 이방인 취급을 당했다. 그는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하면서부터 조금 괜찮아졌지만 여전히 한국 친구들 틈에 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는 그나마 힘들게 견디며 다니던 학교마저도 그만둬야 한다. 내년이면 고교에 진학해야 하는데 수포요군 같은 이방인을 받아 주는 학교는 거의 없다. 그는 “고교와 대학에 갈 수만 있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배려가 절실하다

4월 현재 국제결혼가정 자녀 3만40명의 취학률은 초등학교 85.5%에서 고교 69.9%로 급락한다. 외국인이주노동자의 취학 연령대 자녀 역시 전체 3만1,635명 중 2만2,000여명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 정확한 통계조차 집계하기 힘든 미등록(불법) 이주노동자의 자녀들까지 더할 경우 그 수는 4만~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진학률 저하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열 가구 중 두 가구 이상이 월평균 소득 1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다. 가난하다 보니 학교 적응도 어렵도 결국엔 스스로 상급 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물론 언어 장벽, 외국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도 영향을 미쳤다.

허술한 법 조항 역시 장벽이다. 또래 친구들의 편견과 괴롭힘, 교사의 무관심 등을 견뎌 내고 상급 학교로 진학을 꿈꾸지만 학교에서 이들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간단한 거주 확인 서류만으로도 각급 학교에 입학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학교 측은 다문화가정 학생을 기피해 외국인등록증 같은 까다로운 서류를 요구하거나 아예 입학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고교는 다문화가정 학생을 받아 주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재우 무지개청소년센터 다문화역량강화팀장은 “교육권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집에서 혼자 지내거나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학교 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 재학 실태는? 미취학자는? 기본적 통계조차도 부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110만명을 넘어서면서 다문화가정의 학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재학 실태 등 기본적 통계 자료의 부재다. 특히 학교를 다니지 않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해서는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기본 현황조차 파악돼 있지 않다.

2009년 행정안전부의 외국인주민 자녀(외국인이주노동자 자녀 제외)에 대한 연령별 통계에 따르면 7~18세의 아동 및 청소년은 4만3,649명이다. 같은 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다문화가정 자녀 재학생수는 2만6,015명이다. 이 자료를 근거로 다문화가정의 미취학 아동은 4만3,649명에서 2만6,015명을 뺀 1만7,000여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또 법무부는 외국인노동자 자녀 3만1,635명 가운데 2만2,000여명이 학교 밖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무부 추정치를 합하면 다문화가정 자녀 가운데 학교에 다니지 않는 숫자는 3만9,000여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것도 추정치에 불과하며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노동자 자녀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과부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재학 현황만 파악하고 있을 뿐 미취학자에 대해서는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엔 외국에서 외국인 부모 성장하다 어머니가 한국인 아버지와 재혼한 뒤 학령기에 한국으로 이주하는 중도입국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공식 통계은 산출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의미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교과부는 다문화 교육 지원 정책의 대상으로 국제결혼가정 외국인노동자가정을 포함하고 있으나 2008년 제정된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결혼이민자로 그 대상을 한정해 외국인노동자가정은 제외하고 있다.

국제결혼가정의 자녀는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합법적 거주자인 반면, 외국인노동자가정의 자녀는 대다수가 불법체류자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합법적으로 한국에 취업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은 장기 체류를 막기 위해 가족 동반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노동자 가정 자녀들은 이런 신분상 문제 때문에 학교 입학을 기피하거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분 한국교육개발원 학교정책연구본부장은 “다문화가정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교육 지원을 위한 세부 방안이 각 부처의 재량 사항으로 돼 있어 부처별 지원 영역과 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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