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재선으로 일본 정치는 불과 3개월만에 총리가 또 바뀌는 ‘리더십 부재’ 상황을 가까스로 면하게 됐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은 국회의원표에서는 박빙의 승부를 벌였지만 정치자금 의혹 등으로 자초한 당원 등 국민의 불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표 경선 과정에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두 진영이 얼마나 좁혀 당내 화합을 연출할지가 향후 관심사다.
14일 치러진 민주당 대표 경선은 개표 직전까지도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 중 누가 이길지 가늠하기 힘든 승부였다. 투표 총점인 전체 1222포인트의 70% 가까이를 차지한 국회의원 표는 이날 오전까지도 백중세였다. 승패는 마지막까지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의원 20여명과 지난 주말 투표가 실시된 지방의원(약 2,400명), 당원ㆍ지지자(약 34만명) 표의 향방으로 결정 났다.
특히 민의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는 당원ㆍ지지자 표에서는 간 총리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대표 선거를 전후해 실시된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총리 적임자로 간 총리를 꼽은 사람은 70% 안팎인데 반해 오자와 전 간사장이라고 답한 사람은 10%대에 불과했다.
정치적인 수완이나 리더십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이같이 불신 받는 것은 그가 정치자금문제에서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자금수지보고서 허위 기재 혐의로 현직 국회의원까지 포함한 오자와 전 비서 3명이 기소된 데다 오자와 본인 마저 검찰에 수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결국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지만 이에 반발한 단체들이 법원을 통해 강제기소할 수 있는 검찰심사회 심사를 요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경선에 이겼더라도 기소 결정이 나오면 현직 총리로 법정에 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선에 성공했다고 간 총리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분위기인 것은 아니다. 시민운동 출신의 간 총리가 깨끗한 정치를 열어갈 가능성을 평가하거나 지난해 민주당 공약에 연연하지 않고 재정건전화 등 현실적인 정책을 펴나가는 데 대한 기대는 적지 않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엔고, 경기침체, 실업 등 경제문제를 해결해나가기엔 돌파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선을 통해 양분된 민주당을 어떻게 봉합해가느냐 하는 대목이다. “국회의원 400명이 참여하는 내각을 만들겠다” 간 총리가 선거 전날 민주당 의원실을 돌며 마지막 지지를 요청하며 화두로 꺼낸 말도 ‘화합’이었다.
하지만 정권 출범 때부터 ‘반오자와 노선’을 분명히 했고 결국 이 노선을 고수해 오자와 전 간사장과 맞대결까지 한 간 총리가 ‘오자와 그룹’을 중용할지는 미지수다. 화합 카드를 만지작거릴 경우 간 총리를 지지한 ‘반오자와 세력’이 잠자코 있을 리 만무하다. 오자와 그룹을 배제할 경우 ‘화합’은 공염불에 그친다. 간 총리 앞에 경선보다 더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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