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로드리게스(35∙뉴욕 양키스)가 앞서가자 알버트 푸홀스(30∙세인트루이스)도 따라 붙었다.
현존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오른손 강타자 두 명이 닷새 사이에 잇따라 대기록을 작성했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7일 사상 첫 14시즌 100타점을 돌파했고, 푸홀스는 12일 통산 3번째 10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들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하나씩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다.
엘리트 로드리게스, 도미니칸 아웃사이더 푸홀스
로드리게스는 뉴욕에서 태어나 플로리다에서 자랐다. 웨스트민스터고 시절 로드리게스는 야구뿐 아니라 아메리칸 풋볼과 농구에서도 재능을 보였다. 특히 아메리칸 풋볼에서는 강력한 어깨와 뛰어난 판단력을 가진 전도유망한 쿼터백이었다.
1993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로드리게스는 전체 1순위로 지명돼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다. 마이애미대로부터 야구와 아메리칸 풋볼을 병행할 수 있는 장학금 제안이 왔지만 로드리게스는 미련 없이 풋볼을 포기했다.
반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태어난 푸홀스는 16살 때 가족 전체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고교 2학년으로 편입한 푸홀스는 곧바로 실력 발휘에 나섰지만 3학년까지도 메이저리그 구단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결국 99년 고향 팀인 세인트루이스가 13라운드 전체 402순위로 푸홀스를 선택했다. 푸홀스는 마이너리그 133경기 만에 2001년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다.
듬직함은 푸홀스, 폭발력은 로드리게스
시작은 로드리게스가 돋보였지만 데뷔 시즌부터 엄청난 기량을 뽐낸 건 푸홀스였다. 푸홀스는 2001년 데뷔 첫해 37홈런 130타점을 기록, 신인왕을 거머쥐며 메이저리그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2년간 메이저리그 적응기를 거친 로드리게스와는 사뭇 달랐다.
통산 타율에서도 3할3푼1리로 로드리게스보다 3푼 가량이나 높다. 몸쪽과 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공을 맞히는 재주는 푸홀스가 으뜸. 송재우 OBS 해설위원은 “안타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에 감독에게 한 명의 타자를 선택하라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선수는 푸홀스뿐일 것”이라며 “컨택트 능력은 푸홀스가 로드리게스보다 한 수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푸홀스가 갖지 못한 폭발력을 지녔다. 50홈런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 3번이나 된다. 푸홀스는 단 한 차례도 없다. 로드리게스는 또한 98년 40홈런-40도루도 기록했을 정도로 빠른 발을 갖고 있다.
둘은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한 개씩 갖고 있고, 리그 최우수선수(MVP)도 나란히 3번씩이나 차지했다. 실버 슬러거 수상과 올스타 선정 횟수도 두 선수의 메이저리그 경험과 비교해보면 엇비슷하다. 눈에 보이는 트로피로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로드리게스는 약물, 푸홀스는 나이가 발목 잡아
로드리게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지난해 금지약물 복용사건이다. 금지약물 복용으로 그 동안 로드리게스(통산 605홈런)의 기록 행진을 보면서 느꼈던 팬들의 즐거움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됐다. 그가 배리 본즈의 홈런 기록(762개)을 깰 가능성이 커졌지만 메이저리그 팬들은 아직까지 로드리게스를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송 위원은 “로드리게스는 약물이 없었어도 500홈런 이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타자”라고 전제한 뒤 “다만 어느 정도까지 약물의 도움을 받았는지를 수치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야구팬들은 로드리게스의 홈런을 볼 때마다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 허탈감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타자가 바로 푸홀스다. 푸홀스는 미국 언론이 인정한 몇 안 되는 ‘청정 타자’다.
그러나 푸홀스의 대기록 행진에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나이다. 푸홀스는 공식적으로 1980년생이다. 그러나 이것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나이 어린 기대주로 평가 받기 위해 도미니카 출신 선수들은 대부분 3~4살을 빼 자신의 나이를 등록한다. 푸홀스가 메이저리그의 모든 타자 기록을 갈아치우는 게 시간 문제처럼 보이지만 3년이 지나면 30대 후반이 되는 푸홀스가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90년대 후반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홈런 경쟁 이후 메이저리그는‘이슈’에 목말라 있다. 메이저리그의 화려한 부활을 위해서는 이 위대한 두 타자가 약점을 딛고 새로운 기록을 반드시 일궈내야만 한다. 이들의 활약 여부가 향후 10년간 메이저리그 인기를 좌지우지할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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