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패배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거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내 최대 세력이며 이번 경선에서 국회의원 절반의 지지를 확보한 오자와 전 간사장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처우 여하에 따라 지지세력을 이끌고 탈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경선 출마 표명 때부터 일관되게 “당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 “화합이 중요하다”며 경선 후 탈당 가능성을 부정해왔다. 오자와 측근들도 한결 같이 지난해 정권교체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경선에서 지더라도 당이 분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쪼개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말끔히 가시지 않는 것은 자민당 탈당으로 시작해 신당을 만들었다 쪼개고 다시 창당하는 오자와 전 간사장의 그간 정치 이력 때문이다. 47세에 자민당 최연소 간사장을 맡으며 권력의 정점에 섰던 오자와는 1993년 당내 권력투쟁에 밀리면서 자민당을 탈당한다. 이후 신진당을 창당해 간사장으로 막후 실력자 노릇을 하며 1994년 비자민연립정권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정권은 다시 자민당 연립정권으로 넘어갔고 이후 내분 과정에서 신진당 대표였던 오자와는 당을 해산한 뒤 자유당을 창당해 당수가 됐다. 이런 이력 때문에 오자와 전 간사장에게는 일본 정계의 ‘파괴자’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다.
더구나 이번 경선 과정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측은 간 정권의 정책이 ‘관료주도 탈피, 정치 주도 실현’이라는 민주당 정권의 원점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간 정권에 맡겨서는 일본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상 ‘정권타도’에 가까운 자세였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더라도 측근들이 탈당을 부추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14일 최종 정견 연설에서 “정치인생의 총결산” “마지막 기회”라는 말로 경선에 임하는 결전의 자세를 표명했다. 더 이상의 새 출발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가 새로운 정치무대를 꿈꾸지 않는다고 예단하긴 아직 이르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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