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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署 무리한 성과주의가 낳은 실적조작 사례/ 승진에 눈 멀어 초등생까지 현행범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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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署 무리한 성과주의가 낳은 실적조작 사례/ 승진에 눈 멀어 초등생까지 현행범 처리

입력
2010.09.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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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경찰서의 피의자 폭행 사건은 성과주의가 초래한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득점을 받기 위해 강압수사를 하고, 훈방 조치할 수 있는 초등학생들을 범죄자로 처리하는 등 승진에 눈먼 행각이 한국일보 취재결과 드러났다.

실제 조현오 경찰청장이 경기경찰청장으로 있던 지난해 12월, 이 같은 성과 부풀리기로 승진한 경찰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단 포천서 한 곳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경찰관들이 점수를 따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한 방법은 이른바 '엮기'다. 미성년자 등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은 피의자 1명을 검거하면 협박을 해 망을 보거나 중간 연락을 한 사람까지 모조리 입건하는 방법이다.

한 경찰관은 "절도범 1명 검거에 20점, 침입절도 1건에 15점이니 5명을 엮어 침입절도 4건을 밝혀내면 160점이나 된다"고 했다. 그는 "살인 피의자 현장 검거가 30점이니 살인범 검거보다 손쉽고 점수도 높은 엮기에 매달리게 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이렇게 특진한 경찰관이 내가 아는 것만 2명"이라고 덧붙였다.

엮기에는 초등학생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지구대 경찰관은 평소 정보원으로 활용하던 고등학생들이 지난해 말 경기 포천군 송우리의 한 횟집과 애견센터 등을 털었던 초등학생 6명을 잡아오자 즉각 자신이 검거한 것처럼 보고했다.

당시 정보원의 친구인 오모(16)군은 "그 경찰관은 지난해 절도사건으로 조사를 받다가 알게 됐다"면서 "절도범에 대해 자세하게 제보하거나 잡아오면 두당 몇 만원씩 받곤 했다"고 말했다.

이런 행각에 동료 경찰관도 "피의자가 초등학생들이었고 피해금액도 수만원에 불과해 피해자와 합의 후 반성문을 쓰는 정도로 마무리할 수도 있었는데 현행범으로 조사해 포천서로 넘겼다"고 혀를 찼다.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부작용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절도 혐의가 의심되면 증거를 확보하기 전이라도 임의동행해 폭력과 폭언을 행사하면서 "빨리 불어야 빨리 끝난다"는 식으로 강압 수사를 벌였다. 그러다가 혐의가 없으면 "미안하다"고 한마디 사과하면 끝이었다.

멀쩡한 사람을 마약 범죄자로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다. 포천서 장모 경장은 5월말께 대마초 흡입 혐의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에게 "이모씨가 대마를 폈다고 신고하라. 그러면 검사한테 이야기해서 벌금형으로 낮춰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씨는 "내가 과거에 조직폭력배 생활을 한 것 때문에 지목한 것 같다"면서 "소변, 모발 검사 등 모든 검사에 응할 테니 그만하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포천 주민들에게 이OO이 '마약 하는 거 봤냐' '문신은 어디 있냐'는 등 탐문을 하고 다녀 아무 잘못도 없이 마약쟁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이에 대해 장 경장은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나 함정수사를 한 적 없다. 이씨가 나를 음해하려는 것이고 이에 대해 법적 조치도 하겠다"고 반박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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