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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 한국사회의 변화 이끌어낼까/ 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 '문화과학' 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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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 한국사회의 변화 이끌어낼까/ 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 '문화과학' 서 분석

입력
2010.09.1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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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ㆍ19혁명으로부터 출발해 1987년 6ㆍ10민주항쟁, 2008년의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청년세대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추동한 주체였다. 정치적 무관심과 개인주의적 성향 때문에 '스펙쌓기 세대'라는 비난을 받는 동시에 모바일, 트위터 등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디지털 세대로 새로운 정치문화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현재의 청년세대. 이들은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계간 '내일을 여는 역사'와 '문화과학' 가을호가 각각 '청년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와 '세대의 정치경제학 비판'이라는 특집을 마련해 88만원세대로 불리는 현재의 청년세대가 새로운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묻고 있어 관심을 끈다.

낙관- "선거쟁점 뚜렷할 땐 투표율 상승 온라인 토론 등 정치의식 강화"

신자유주의 심화, " 재정치화 촉발"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1987년 이후 치러진 선거 결과를 분석, 젊은층의 투표율 저하는 안보와 성장 의식이 강한 노ㆍ장년층이 과대 대표되는 보수적 선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젊은층 투표율 저하의 원인은 민주화운동 경험의 부재, 개인주의의 확산, 생존경쟁의 강화,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대 등 복합적이다.

그러나 젊은층의 정치적 무관심이 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정 교수는 향후 그들의 정치의식은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2004년 4월 총선), 천안함 사태의 북풍 활용(2010년 6월 지방선거) 등 뚜렷한 쟁점이 형성된 선거에서는 젊은층의 투표율이 이전 선거보다 상승했다는 결과가 그 이유의 하나다. 온라인 공론장의 등장, 모바일 통신수단에 따른 투표 참여 독려 등도 이들의 정치의식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근거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현재의 20대를 정치주의적으로 정향(定向)된 386세대(40대), 문화주의적으로 정향된 신세대(30대)와 달리 지극히 경제주의적으로 정향된 'IMF세대'로 규정한다. 부모 세대가 IMF사태로 경제적으로 파산하는 상황을 지켜봤고 사회진출기에는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들에게는 돈과 안정된 직장의 획득이 우선적 목표, 좋은 학점과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교수도 승리한 소수만 무한히 상승하고 다수는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승자독식체제가 역설적으로 다수 청년층의 '재정치화'를 촉진시킬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비정규직 청년노동자층, 특히 여성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들로 하여금 기본소득보장운동 같은 운동에 적극 나서도록 한다면 이들의 재정치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견해다.

비관- "꿈 품는 대신 불안감 해소 중시 정치적 냉소주의 해소 안될 것"

경쟁체제 내면화 , "사회구조 모순 몰라"

이런 낙관적 전망과 달리 현재의 청년세대는 청소년기부터 경쟁체제를 내면화한 결과, 경제ㆍ사회적 모순을 개인적인 위기로만 받아들이고 이를 고작 세대 내 경쟁을 통해 헤쳐가려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지방대와 전문대 등의 재학생, 졸업생을 중심으로 세대 연구를 하고 있는 오찬호 서강대 강사는 "세대 내 패배자들이 현재의 상황을 모순으로 이해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정치적 냉소주의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IMF사태를 경험한 이들은 생기발랄한 꿈을 품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아야 한다'는 불안감 해소를 중시한다는 것. 이들은 청소년 시절부터 남을 평가절하하여 스스로에게 위로를 주는 논리를 내면화한 결과 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바라볼 능력을 상실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방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대형마트의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20대 여성의 사례를 든다. 이 여성은 비정규직 노동자인 대학 내 환경미화원들의 파업을 두고 "대학 나온 나도 묵묵히 일하는데, 솔직히 억지부리기"라고 언급했는데, 그는 "현재의 상황을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런 태도는 오히려 구조의 모순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는 88만원세대의 비극" 이라고 말했다.

의 공저자로 청년세대 논쟁을 촉발시킨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청년세대를 돈 없고 결혼 없고 집 없는 '3무(無) 세대'로 규정한다.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아무도 대신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청년세대는 중산층과 함께 공멸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이다. 우 소장은 "정치에서 사회적 해법, 경제에서 복지사회를 열지 않으면 이들이 파시즘으로 빠질지, 아니면 진보적 전환을 모색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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