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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쌩쌩 "게 섰거라" 다크호스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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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쌩쌩 "게 섰거라" 다크호스 등장

입력
2010.09.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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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에서 한의원을 운영 중인 오모(40)씨는 요즘 독일차와 일본차 가운데 어느 수입차를 사야 할지 고민 중이다. 예산이 5,000만원이어서 4,000만원 이하의 일본 중형차가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글로벌 수준의 품질을 갖춘데다 구입하고 남는 돈 1,000만원은 차량 유지비용으로 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부인이 제동을 걸었다. 이왕이면 무리를 해서라도 독일 럭셔리 브랜드 구입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오씨는 “실용성과 체면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면서도 “독일차와 일본차 말고 다른 대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이 ‘럭셔리 부문=독일차’, ‘중형 대중차 부문=일본차’로 양분화되며 최고의 호황을 맞고 있다. 경기 회복세에 따른 외제차 수요 증가와 독일ㆍ일본 업체들의 적기 신차 공급 전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 이후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예상된다. 럭셔리 부문은 독일차의 아성에 맞서 재규어 올뉴 XJ, 볼보 뉴 S80 등이 일부 수요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중형 대중차에게는 GM대우차의 준대형 알페온과 출시를 앞둔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8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3,612대)보다 142.5% 폭증한 8,758대로 집계됐다. 사상 최초로 8,000대를 돌파한 것은 물론이고 전달 비해서도 14.2% 증가하며 사상 최고 경신 기록을 이어갔다. 올 8월까지의 누적 판매대수(5만8,371대)는 벌써 지난해 판매대수 6만 여대에 근접하고 있다.

7,000만원이 넘는 럭셔리 부문에서는 독일 차량이 독주하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판매를 견인하고 있는 것. BMW는 지난달 2,139대를 판매해 업체별 1위에 올랐다. 단일 수입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월 2,000대 판매량을 넘겼다. 8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 BMW는 1만251대로,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1만507대)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개별 차종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의 E300이 8월까지 4,096대를 팔려 1위, BMW 528이 3,439대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두 업체의 강세 원인은 가격을 낮춘 신차 출시 전략에 있다. E300과 BMW 528는 기존 모델에 비해 성능을 높이면서 가격은 6,000만원 후반대로 낮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변수는 4,000만원대 수입차가 아니라 1억원을 호가하는 신차가 될 전망이다. 7,000~8,000만원을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은 저가의 실용적인 차보다는 과시효과에 따른 소비성향이 강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 신사를 상징하는 재규어의 신형 XJ. 이달 출시한 신형 XJ는 3.0D 디젤 엔진 모델에서부터 5.0L V8 수퍼차저(흡기 공기를 미리 압축해 출력을 높이는 장치) 엔진 모델까지 6개 차종을 갖추고 있다. 자동 6단 변속기에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 군살을 뺐다. 반면 외양은 재규어 특유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스포티해졌다는 평가다. 후면의 날렵한 램프는 변화를 상징한다. 리터당 12.7㎞의 연비를 자랑한다. 가격은 1억2,990만~2억8,400만원. 업체 측은 1억2,000만원대 보급형 3.0D 모델이 기존 재규어 매니아 뿐 아니라 새로운 수요층을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와 BMW의 7시리즈는 물론 E300과 BMW 5시리즈의 고객도 잠식하겠다는 심산이다.

볼보도 지난달 S80 T6을 출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953㏄에 304마력의 힘을 갖췄다. 상시 4륜구동(AWD) 시스템, 미끄럼 방지시스템, 사각지대 정보시스템, 차선이탈 경고시스템 등이 기본으로 장착됐다. 가격은 6,850만원이며 냉장고를 갖춘 최고급 사양은 8,000만원이다. 연비는 리터당 8.9㎞. 디젤 엔진인 뉴 S80 D5는 리터당 13.3㎞의 탁월한 연비를 자랑한다. 가격은 5,710만원. 볼보는 최근 두 차종에 대해 금융할부 조건을 내걸었다. 차 값의 30%만 선납하고 나머지는 월부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중형 대중차에서도 도요타의 캠리, 닛산의 알티마, 혼다의 어코드와 국산 준대형 간의 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중형차들은 리콜 파문 등에도 불구하고 8월까지 각각 1,000대 이상 판매되는 호성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잇따른 국산 준대형 차종 출시로 가을 이후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GM대우차가 알페온을 이미 출시했고, 11월께는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형 그랜저는 직분사(GDI)엔진에다 에쿠스와 제네시스에 들어가는 최고급 사양이 대거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내년 초께는 르노삼성차의 뉴SM7도 가세할 예정이어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7,000만원 이상의 고급 차종의 경우 한정된 수요 계층을 놓고 업체별로 연말께 할인 등 치열한 마케팅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본 중형차의 경우 “새로 출시될 뭘?준대형에 대한 평가가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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