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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마비 장애 극복 美 존스홉킨스 병원 이승복 박사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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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마비 장애 극복 美 존스홉킨스 병원 이승복 박사 강연

입력
2010.09.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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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에 대한 괄시와 사지마비 장애, 좌절된 체조 메달리스트의 꿈. 미국 땅에서 열여덟 소년이 극복하기에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 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겨우 연필 한 자루를 쥘 수 있게 된 순간, ‘뭐든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22년 후의 그 소년이 지금의 이승복(45) 박사다. 그는 뉴욕대, 다트머스 의대 박사, 하버드 의대 내과 인턴을 거쳐 현재 세계 최고의 병원이라 불리는 존스홉킨스 병원의 재활의학 수석 전문의다. 13일 오후 서울대 자연과학대에서 열린 그의 강연에는‘희망의 증거’를 갈구하는 청중들이 몰려들었다. 그는 “미국의 장애인 지원체계가 월등하긴 하지만, 장애 극복의 가장 큰 적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자기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의‘함께하는 세상을 위한 인간과 사회 포럼’의 일환으로 마련된 특강에서 연사로 나선 이 박사는 “장애 때문에 나 자신을 쓰레기라고 생각할 정도로 좌절했던 시간들이 있었다”고 입을 뗐다.

그가 사지마비 장애를 입은 것은 18세. 가난한 부모님 손에 이끌려 그는 8살에 미국으로 이민 갔다. 새처럼 날고 착지하는 체조동작에 반했고 17세에는 전미체조대회에서 종합 3위에 올랐다. 촉망 받던 그는 연습도중 착지 실수로 마루에 턱을 부딪혔다.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됐다. 이 박사는“바위 안에 숨어서 다시는 나오고 싶지 않았다. 체조선수가 걸을 수 없게 됐다니 내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실패작이 된 느낌이었다”고 했다.

분노와 좌절로 9개월을 보낸 그가 다시 희망을 발견한 것은 재활훈련을 받으면서부터였다. 그는“아기처럼 숟가락 집는 법, 옷을 입는 법을 반복 연습하며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놀랍게도 꿈이 솟아났다”고 했다. 자신 같은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따듯한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이 시기다. 이 박사는 “가능하다고 말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부모님마저도 그건 힘들 것 같다고 말했지만 미련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끈기로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턴 시절에는 36시간 동안 자지 않고 근무에 매진하며 환자들의 통곡소리, 자신과의 싸움 등을 묵묵히 감당해 냈다”고 했다.

그는 장애는 오히려 자신만의 장점이라고도 했다. 환자들이 자신을 의사로 보기 이전에 같은 처지의 장애인으로 보기 때문에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 그는“사지마비 척수 장애인으로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었다”며 “좌절과 분노로 가득한 환자들에게 제 자신을 희망의 증거로 내보이며 좌절은 없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경주나 시합에서 이기는 단순한 승리가 챔피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와 불가능을 이겨내 성취하는 자, 또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자가 정말 챔피언이다”며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또 다른 기회의 창이 열릴 것이다”고 당부했다.

강연에는 한국판 스티븐 호킹으로 통하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참석해 이 박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이 교수는“장애를 가지고도 크게 성공하는 사례가 있지만 저를 포함해 대부분이 미국에서 교육받았거나 장애를 가지게 된 경우라 안타깝다”며 “미국이 20년 전 장애인 차별법을 통과시킨 이후 엄청나게 변화해온 것처럼 우리 환경도 변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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