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한 번 실컷 먹어봤으면." 1%의 시청률조차 아득하던 시절 케이블TV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바람이었다. 비판과 악플도 시청자의 관심에 비례하기 때문인데, PP들은 그만큼 시청률에 목말라 있었다. 마침내 꿈은 이뤄졌다. 그것도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대박이다.
지난 10일 오후 11시에 방송된 Mnet의 '슈퍼스타K 2' 8회는 13%에 가까운 시청률로 지상파 프로그램들을 누르고 동시간대 전체 1위에 올랐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 고공행진은 최종회(14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욕을 먹고픈 바람도 이뤄졌다. 같은 채널에서 7일 방송된 '텐트 인 더 시티'는 이른바 명품녀 논란으로 호된 돌팔매를 맞고 있는데, 국세청장이 국회에서 방송 내용을 놓고 답변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사회적 물의도 대박인 셈이다.
쑥쑥 자란 시청률, 한참 덜 자란 제작 윤리
케이블TV의 선정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구별로 수십 개씩 전송되는 케이블 채널 가운데 시청률 1%의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PP들은 프로그램을 더 세고 독하게 만드는 경쟁을 거듭해왔다. 비판을 할 때도 '케이블이니까…'라는, 한 수 접어주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케이블이 지상파와 맞먹는 파급력을 갖게 된 이상 그런 너그러움은 더 이상 통용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케이블TV의 프로그램 제작 현장의 윤리 의식은 아직 시청률의 성장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텐트 인 더 시티'에서 부모가 준 용돈으로 4억 원어치의 옷과 장신구를 걸치고 나왔다는 말로 물의를 빚은 명품녀는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일반인 출연자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다른 프로그램보다 훨씬 까다로운 사전 검증을 거친다. 과장이나 허위가 개입돼 결과적으로 시청자를 기만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SBS '세상이 이런 일이'의 정병욱 PD는 "한 아이템을 3~4일 정도 촬영하는데, 그 전에 제보 내용을 검증하는 데만 3~4일이 걸린다"며 "현장에서 제보자를 관찰하고 주변의 평판을 확인하는 시간이 촬영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정 PD는 "6개 팀이 돌아가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담당 PD뿐 아니라 나머지 PD들도 신분을 숨기고 제보자를 찾아가는 등 재차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덧붙였다.
반면 명품녀 논란을 빚은 Mnet '텐트 인 더 시티'는 출연자의 개인 블로그와 직접 찍어 온 사진을 확인하는 것으로 사전 검증을 대신했다. 케이블 PP들은 내부 심의 규정이 있더라도 방송심의규정을 원용한 정도여서 구체적인 제작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Mnet 관계자는 "작가와의 사전 인터뷰, 미니홈피, 같이 출연한 디자이너와의 대화 등을 통해 전반적인 검증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2억원이라던 목걸이 가격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만 보더라도 옹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날아가는 방송, 걸어가는 심의 시스템
뒷북일 수밖에 없는 심의 시스템도 저질ㆍ조작 방송에 대한 제어 장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는 2주마다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상정된 안건을 심의ㆍ의결하는데, 상정되는 안건은 ▦사무처 모니터링 ▦시청자 민원 ▦언론의 문제 제기 등 3가지 방식으로 가려진다.
400여명의 모니터 요원이 지상파 및 케이블 전 채널에 대한 일일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지만, 소위원회 의견 조율 등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안건에 대한 최종 의결은 길게는 방송부터 서너 달씩 걸린다.
일례로 걸그룹 티아라가 특정 업체를 홍보한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온스타일의 '티아라닷컴'은 방송이 종료되고 3개월 뒤 방송중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이 프로그램의 다시보기 서비스는 9월 초까지 계속됐다. 방통심의위 김양하 방송심의실장은 명품녀 논란과 관련해 "최대한 빨리 심의를 진행하고자 한다"면서도 "특별위원회의 자문, 소위원회에서의 종합 검토, 해당자 의견진술 등의 절차를 거치려면 10월 초에서 중순 사이 최종 의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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