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토종꿀벌에서 소규모 산발적으로 발생하던 괴질이 최근 전국 곳곳으로 확산돼 관련 양봉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7월 이후 ‘낭충봉아(벌애벌레)부패병’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 전체 토종벌집(41만8,000통)의 40% 가량인 16만7,000통 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은 꿀벌의 유충에서 발생하는 질병. 감염 초기 애벌레가 회황색으로 변한 뒤 나중에는 암갈색으로 변한 뒤 말라 죽는다. 원래 중국, 태국 등에서 유행하는 병으로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발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확한 감염 경로를 찾지 못했으나, 올 봄 이상저온으로 꿀 채취가 여의치 않아져 토종벌의 영양상태가 나빠지면서 토종벌에게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토종벌이 떼죽음을 당하는 과정에서도 서양종(양봉ㆍ洋蜂)의 피해는 거의 없는 상태다. 그는 또 “치료 백신이 없어 치료가 불가능한 만큼 폐사한 꿀벌과 벌통의 꿀ㆍ화분 등 오염 물품을 불태우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이번 사태로 올해 토종꿀 생산량이 40% 이상 감소, 시중 벌꿀 가격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평균 2만4,000톤의 벌꿀이 국내에서 생산되는데 이중 1만톤이 토종벌이 생산하는 꿀”이라며 “여왕벌과 일벌이 크게 줄어든 만큼 평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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