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희비를 좌우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대대적 수술을 받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번에 나온 새로운 BIS자기자본비율 규제, 이른바 ‘바젤Ⅲ’는 6년 전 발표된 ‘바젤Ⅱ’에 비해 새로운 내용이 신설되고 강도도 한층 엄격해지는 등 앞으로 불건전은행은 금융시장에 설 땅이 없어지게 됐다.
강화된 규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12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중앙은행 총재 및 감독기관장 회의를 열고 현행 은행 자본규제를 대폭 강화한 새로운 국제 은행자본규제 기준(바젤Ⅲ)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등 27개국 중앙은행 및 감독기구로 구성된 BCBS는 이 합의 내용을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바젤Ⅲ의 핵심은 은행들에게 가급적 ‘보통주로 자본을 쌓으라’고 권고하는 것.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같은 ‘변종자본’비중은 줄이고 위기 시에 직접 손실을 흡수해낼 수 있는 진짜 자본, 즉 보통주로 된 자본을 많이 쌓으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2%인 최소 보통주 자본비율 기준(위험가중자산 대비)은 4.5%로 높아지게 됐고,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한 기본자본(Tier 1)비율도 4%에서 6%로 상향됐다.
새로운 의무사항도 신설됐다. 은행들은 위기에 대비해 보통주만으로 구성된 2.5%의 ‘손실보전 완충자본’을 의무적으로 쌓아야 하고, 시스템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신용팽창기(대출이 늘어나는 시기)엔 감독당국이 최대 2.5%의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BIS자기자본비율의 8% 하한선 자체는 유지되지만, 신설된 완충자본을 감안하면 은행이 준수해야 하는 실질의무비율은 10.5%에서 최대 13%까지 높아진다.
국내 영향은
금융감독원은 이날 바젤Ⅲ 도입에 따른 국내 영향에 대해 “국내은행의 현 자본비율이 바젤Ⅲ 기준을 크게 웃돌고 있고 시행시기도 많이 남아 있어 새 자본건전성규제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6월 말 기준 국내 일반은행의 평균 BIS비율 및 기본자본(Tier1) 비율은 각각 14.57%, 11.48%인데다 신자본건전성 규제는 오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어서 당장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은행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협의 경우만 기본자본비율이 7.41%로 바젤Ⅲ의 기본자본비율(6.0%)과 손실보전 완충자본(2.5%)을 합친 8.5%에 못 미치고 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바젤Ⅲ 도입이 은행M&A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한+조흥은행 등 과거 은행M&A때에 인수은행이 우선주나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한 뒤 이 돈으로 상대은행을 인수하곤 했는데, 바젤Ⅲ 하에선 보통주 증자를 통해 인수하는 수밖에 없다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주가치 희석 등의 이유로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재 M&A를 추진할 때 대규모 증자 없이 새 자기자본 비율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은행은 많지 않다”며 “우리은행 민영화나 경남은행 매각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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