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주택가에 자리잡은 한 평 공간의 레스토랑. 테이블은 단 하나. 언뜻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수지타산이 맞을까? 하지만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에게 이 공간은 돈벌이를 떠나 한편의 로맨틱 영화 같은 의미다.
레스토랑에는 늘 프로포즈를 하는 커플이 있고 요리사는 오롯이 그들만을 위한 음식을 만든다. 영화에서나 본 '너를 위해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렸어!' 분위기다. 사장의 로맨틱한 상상이 자그마한 한 평 공간에서 현실이 되었다.
3.3제곱 미터로 환산되는 한 평(一 坪)은 물리적 크기를 논하기 전에 작은 공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 평의 '하나'는 작다라는 의미와 더불어 '유일하다' 라는 뜻도 갖고 있다. 유일한 공간으로서 한 평은 수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좁고도 넓은 의미를 갖는다. 한 평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라북도 정읍에는 시계할아버지가 산다. 10년 동안 독학으로 고친 시계만 1400여 개로 그 중 1089개를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아직도 300여 개의 시계를 빼곡히 쌓아놓은 툇마루 한 평 공간은 할아버지에겐 생명과 같다. 버려진 시계를 고쳐 새 생명을 불어넣을 때 할아버지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서울 종로구 누하동에 65년 된 대오서점이 있다. 서점을 경영하는 할머니는 그러나 장사는 뒷전이다. 언제 책이 입고되었는지, 재고 목록은 어찌되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관심이 없다. 가끔 찾아와주는 손님이 책을 사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 할머니에게 한 평짜리 서점은 그저 오래된 친구이기 때문이다.
홍대 앞에서 칵테일 바 '비닐'을 운영하는 젊은 여사장에게 한 평 공간은 여행과 같다. 무지개 색 칵테일을 비닐에 넣어 팔게 된 사연도 여행하다 맛 본 비닐에 담아준 음료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비닐 칵테일 한잔에는 여행하듯 살고 싶은 그녀의 꿈이 담겨있다.
작은 한 평이지만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기면 인생이 된다. 인생이 담긴 한 평은 우리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가득 담고도 남을 만큼 크고 넓다. 누구에겐 친구가 되고, 영화가 되고, 여행이 될 수 있는 한 평은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들만의 한 평 이야기는 바로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조영호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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