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그래도 그는 마운드에 오른다. 목표가 있어 버틸 수 있었고, 세월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뒤 드디어 정상에 깃발을 꽂았다.
‘오뚝이’ 박찬호(37ㆍ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메이저리그 아시아인 최다승 타이 기록을 수립했다. 박찬호는 13일(한국시간)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벌어진 신시내티 레즈전서 1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8회말 구원 등판해 ‘깔끔투’를 선보였고, 팀 타선이 9회초 3점을 뽑아 박찬호에게 123번째 승리가 주어졌다.
시즌 3승(2패 평균자책점 5.02)째로 개인 통산 123승97패 4.37(선발 113승, 구원 10승)을 기록한 박찬호는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123승109패 4.24)와 동률을 이루며 아시아 최다승 투수로 이름을 떨쳤다. 1994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해 17시즌째에 이룬 쾌거다.
박찬호는 1,981과3분의1이닝을 던져 2,000이닝에 18과3분의2이닝만 남겨뒀고, 탈삼진 또한 1,704개로, 노모의 아시아 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1,918개)에 214개차로 다가서 있다. 9일 애틀랜타전 1이닝 투구로 노모(1,976과3분의1이닝)를 따돌리고 아시아 투수 최다 이닝 기록 보유자가 된 박찬호는 현역 최다 이닝 17위, 최다 탈삼진 9위에 올라 있다.
지난 2002년 5년간 6,500만달러의 ‘FA 대박’을 터트린 박찬호는 그러나 초대형 계약을 안긴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3년 반 동안 22승에 그쳤다. 허리 통증 등 부상에 시달리면서 ‘먹튀’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박찬호는 이후 무려 6팀이나 옮겨 다니면서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저니맨’ 신세가 됐다. 세인들은 은퇴를 예상했으나 그때마다 박찬호는 좌절하지 않고 새 출발을 알렸다. 2008년 친정팀 다저스에 둥지를 틀면서 4승4패 3.40으로 구원투수로서 부활을 알렸고, 작년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3승3패 4.43)에서 뛰면서 월드시리즈까지 밟았다.
비록 시즌 도중 방출의 아픔을 겪기는 했지만 올해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2승1패 5.60) 입단으로 필생의 꿈을 이뤘고, 이후 약체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둥지를 틀면서 마침내 대기록을 작성했다.
박찬호는 13일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어려움과 고통도 다 내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의해 느껴지는 착각일 뿐이다. 계속 삶이 유지되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성숙하는 영혼을 볼 수 있다면 제대로 사는 것”이라면서 굴곡 많았던 메이저리그 도전사를 반추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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