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은 비행기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해양스포츠의 꽃’임을 증명하겠다.”
한국 조정의 기대주 김동용(대구대)과 김휘관(이상 20ㆍ한국체대)은 보란 듯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 조정이라는 종목을 제대로 알리려는 열망이 강하다. ‘조정을 한다’고 하면 혹시 ‘비행기를 조정하냐’고 야속하게 되묻는 친구들에게 조정의 매력을 꼭 알리기 위함이다. 마라톤이 ‘올림픽의 꽃’이듯 물 위의 마라톤이라 할 수 있는 조정은 ‘해양스포츠의 꽃’이다. ‘동갑내기 듀오’ 김동용과 김휘관은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조정에 바친 열정과 땀방울이 결실로 나타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허리, 다리 힘 위해 역도부 웨이트 훈련 소화
카누와 달리 나가는 방향을 등 진 채 노를 젓는 조정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울퉁불퉁한 팔 근육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팔로 노를 젓는 까닭에 근육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조정 선수들은 ‘상체가 멋지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는 조정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김동용은 “조정에서 다리와 허리 힘이 가장 중요하다”며 “보통 선수들은 노를 젓는다기보다는 ‘찬다’는 표현을 쓴다. 왜냐하면 다리를 차면서 반동하는 힘으로 노를 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리, 허리의 힘 강화를 위해 조정은 역도부의 트레이닝법과 동일한 훈련을 실시한다. 이로 인해 웬만한 조정 선수들은 역도 선수 못지않은 역기를 들 수 있다고. 김휘관은 “체력 트레이닝을 포함하면 하루 5시간을 훈련에 꼬박 투자한다”고 밝혔다.
보폭의 길이 때문에 육상에서 다리가 긴 사람이 유리하듯 조정도 팔, 다리가 긴 선수가 장점을 지닌다. 팔, 다리가 길면 한 번의 스트로크로 더 많이 나갈 수 있기 때문. 이로 인해 조정 선수들은 신체조건이 좋다. 김동용과 김휘관도 각각 190, 184cm로 건장한 체격을 갖추고 있다. 김휘관은 “중학교 때는 레슬링을 하다가 투포환 선수로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광주체고에 입학할 때 부모님이 몰래 조정 감독님과 상의해 조정 선수로 등록했다”고 입문 동기를 밝혔다. 육상 선수 출신의 김동용도 “중 3 때 처음으로 했는데 한 달 만에 좋은 성적을 올리고 나니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 조정의 길을 걷고 있다. 신체조건이 좋은 배구, 육상 선수들이 조정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7분 동안 분당 심장 박동수 180회, 몸무게 2㎏ 감소
김동용과 김휘관은 이구동성으로 “조정만큼 힘든 운동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죽하면 ‘배 멀미 할 새가 없다’는 말이 떠돌까. ‘조정이 얼마만큼 힘드냐’고 물어보니 김동용은 “간단하게 생각해서 육상트랙 400m 5바퀴를 전속력으로 뛴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비유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둘은 중량급(72.5㎏ 이상) 더블 스컬 2,000m에 출전해 금빛 사냥에 나선다.
7분여가 소요되는 2,000m 경기는 페이스를 조절할 여유가 없다. 이로 인해 처음부터 끝까지 조정 선수들의 심장 박동수는 분당 180회 정도로 유지된다. 일반 사람의 분당 심장 박동수는 60~70회. 김휘관은 “조정 선수 대부분이 경기 시작 전에 ‘어떻게 차지’라는 걱정을 많이 한다. 심지어 너무 힘들어 기절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며 “이로 인해 경기장 주변에는 항상 구급차가 대기해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용은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강가에서 7분 동안 노를 젓고 나면 1~2kg 빠지는 게 보통”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런 고행도 결승점에서 ‘빵’하고 터지는 경적 소리를 들으면 사르르 녹아 내린다. 둘은 나란히 “경적 소리를 들었을 때의 짜릿한 쾌감 때문에 조정을 한다. 정해진 레인 내에서만 달려야 하는 조정만큼 정직한 운동은 없다. 자신이 한 노력만큼 보상 받는 기분”이라고 옅은 미소를 보였다.
국내 스컬 부문 1, 2인자 김휘관과 김동용은 지난해 11월부터 콤비를 맞췄다. 해외 전지훈련 기간 중에 외국 지도자들이 “둘의 조합은 최악”이라고 혹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기량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둘은 한 달 호흡을 맞추고 출전한 동아시아선수권에서 2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어깨동무를 한 둘은 “아시안게임에서 중국만 제친다면 금메달은 우리 것이다. 2013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까지 쭉 달려보겠다”며 의욕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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