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3일 공개한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합동조사단이 과학적으로 규명한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5월 20일의 조사결과 발표가 침몰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 보고서는 각종 분석자료를 곁들여 한층 풍성해졌다. 국방부 스스로 “침몰된 군함의 선체를 인양하고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추진장치를 수거했을 뿐 아니라 폭약성분까지 검출해 조사한 사상 최초의 보고서”라며 “어떤 은밀한 공격행위도 증거로 남는다는 사실을 북한에 엄중 경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자평할 정도였다.
어뢰공격 결론 재확인
보고서는 북한 어뢰의 공격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증거를 동원했다. 선체 변형형태, 생존자 진술, 폭발유형 분석 등 8개 분야별로 나눠 세부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우선 좌초 충돌 내부폭발 등 다른 원인에 대해 천안함 선체 내ㆍ외부의 다양한 사진을 근거로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외부폭발로 가능성을 좁힌 후 기뢰 공격에 대해서는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서해의 빠른 조류 등을 거론하며 사실상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이후 보고서는 위로 들려 올라간 선체 변형형태, 절단면의 모습, 배 밑바닥에 또렷이 새겨진 압력 흔적 등을 들어 어뢰 공격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폭약성분 확인을 통한 화학적 분석과 대조물 비교를 통한 물리학적 분석결과를 구체적으로 기술했고, 시뮬레이션에 따른 폭발 가능한 유형도 다양하게 제시했다.
특히 비접촉 어뢰 폭발 시 발생하는 1차 충격파와 2차 버블제트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이를 뒷받침할 생존장병 전체의 진술을 근거로 남겼다. 또한 천안함 함장과 통신장이 “어뢰 피격 같다”고 통화한 내용까지 보고서에 포함시킨 점이 흥미롭다.
반증 가능성은 의문
보고서의 기조가 이렇다 보니 과학적 분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반증 가능성은 무시됐다는 지적도 있다. 정상적 표본과의 대조분석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가령 보고서는 북한산 어뢰의 폭약 성분이 천안함 선체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다른 초계함에도 폭약 성분이 검출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하지 않았다. 강한 폭발에도 어뢰추진체에 ‘1번’이라는 잉크표기가 선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를 지지하는 과학자의 주장만 실었을 뿐 반대 주장은 제외했다. 논란이 일자 윤덕용 합조단장은 “결론을 도출해 가는 전체적 논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각각의 수치나 결과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어뢰 폭발력은 역추정치
북한 어뢰의 폭발력은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 잔해로 역추정했다. 당초 미국팀은 선체 변형을 근거로 한 1차조사에서 폭발의 폭약량을 TNWT 200~300㎏, 폭발 위치를 가스터빈실 좌현 3㎙, 수심 6~9㎙로 판단했다. 이후 한국팀의 시뮬레이션 분석결과에서는 폭약량이 TNT 250~360㎏으로 증가해 차이가 컸다. 이후 TNT 250㎏일 때 수심 6㎙, 300㎏일 때 7㎙, 360㎏일 때 7~9㎙에서 실제 천안함과 비슷한 결과를 얻었고, 최종적으로 잔해가 발견된 CHT_02D의 제원을 기초로 종합 판단해 고성능폭약 250㎏, 수심 6~9㎙로 수정했다.
한편 합조단은 과학수사, 함정구조 및 관리, 폭발유형분석, 정보분석 등 4개분과에 국내 전문가 49명,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스웨덴 등 외국 조사팀 24명으로 편성됐고 6월 30일까지 92일간 운용됐다. 일부 조사단원들은 절단면에서 폭약성분을 검출하기 위해 거즈로 닦다가 선체가 주저앉아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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