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12일 단독 입수한 동영상에는 문제의 폭행 당사자인 김모 순경이 택시비 문제로 파출소에 끌려온 A(19ㆍ고3)군을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월 16일 새벽, 경기 포천시의 한 파출소. 소파에 앉은 채 이야기하던 A군의 멱살을 김모 순경이 왼손으로 잡아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뜨렸다. A군은 쓰러지면서 탁자에 등과 어깨를 부딪혔지만 김 순경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파에 앉은 A군의 머리채를 오른손으로 잡아 얼굴 부분을 A군의 무릎과 소파 등에 8, 9회 내리찍었다. 택시기사가 김 순경의 손을 잡아 만류하려고 했지만 막지 못했다. A군은 괴로운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동영상이 찍힌 2분31초 중 1분22초간 김 순경은 A군에게 10여 회 폭력을 행사했다. 김 순경은 전화를 하려고 테이블로 다가가는 A군의 멱살을 다시 잡아 또 한 번 넘어뜨렸다.
폭행을 당한 A군은 포천시내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택시를 타고 집이 있는 포천 송우리까지 왔다. 그러나 A군은 택시비 2만2,000여원이 없어 나중에 주겠다고 버텼고, 이를 참지 못한 택시기사가 A군을 파출소로 데리고 왔다. 경찰은 A군에 대해 무임승차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길 계획이었으나 포천서에서 훈방 처분했고, 파출소 내 음주소란으로 범칙금 5만원을 냈다.
이에 대해 김 순경은 "A군이 5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에게 'X새끼' 등 심한 욕설을 하고 파출소 바닥에 계속 침을 뱉어 이를 제지하기 위해 머리를 잡아 누른 것이지 무릎에 찍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성년자는 부모 입회 하에 조사를 받아야 하고, 주취 소란자는 격리해 술이 깬 뒤 조사해야 한다는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A군은 "아침에 일어날 때 온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당시 술에 취해 얻어맞은 줄 몰랐고 부모님께 죄송해서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뒤늦게 폭행 사실을 안 A군은 "경찰관이 때려도 되느냐"면서 "가능하면 소송도 하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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