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파출소의 피의자 폭행 사건을 2월 말께 내부 고발한 경찰관 B씨는 한 달 만인 3월 26일 파면됐다. 당시 포천경찰서는 8개의 사유를 들었다. B씨는 파면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신청했지만 기각돼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일보가 12일 단독 입수한 B씨의 소청심사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포천경찰서는 B씨에게 내부질서 문란 혐의를 적용하면서 "파출소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조작해 2010.2.15. 야간 근무 시 김OO(피의자 폭행의 당사자인 김모 순경)이 처리한 사건 영상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팀원들에게 '까불면 죽인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이 영상은 김모 순경이 고교생 피의자를 폭행한 내용이다. 하지만 당시 청문감사관실 부(副)청문관이었던 김모 경위는 "김 순경의 피의자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B씨의 내부 고발을 받은 포천서 청문감사관실은 고발 내용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고, 거꾸로 B씨의 비위를 들춰내 파면 등 중징계를 요청한 셈이다. 서장과 청문감사관 등이 고의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독직폭행은 징역 1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중대범죄에 속한다.
경찰이 밝힌 B씨의 파면 사유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포천서는 B씨가 도난 오토바이를 손괴했다고 주장했다. 올 2월 도난 오토바이를 발견하고는 소유자에게 "오토바이가 다 썩어 못쓴다"고 거짓말해 소유권을 포기토록 했으나 소유자가 찾아가겠다고 태도를 바꾸자 고물로 보이기 위해 B씨가 타이어와 전조등 등을 부쉈다는 것이다. B씨가 근무시간에 잠을 자는 등 업무를 게을리 하고, 서장이 허가하지 않았는데도 병가를 내고 무단 결근했다는 점도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B씨는 "오토바이를 부순 것은 소유자가 인수를 거부한 도난 오토바이를 경찰에게 돈 몇 푼 쥐어주고 사서 수리해 되파는 오토바이 업자와 파출소의 공생관계를 차단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소유자가 포기각서를 통해 의사를 분명히 밝힌 데다, 오토바이가 썩었다는 이야기는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근무 태만에 대해서는 "근무일지를 보면 진실을 알 수 있다"면서 "소송에서 포천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할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본보는 추가 반박자료의 내용과 경찰관의 피의자 폭행 동영상 촬영 여부 등을 물었지만 B씨는 "행정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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