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갈등 구조가 바뀌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 갈등은 다소 완화되는 반면 친이계 내부 또는 지도부간 갈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6∙2 지방선거, 7ㆍ14 전당대회, 7ㆍ28 재보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 등을 거치면서 나타난 변화다. 이를 두고 여당 갈등 구조의 두 얼굴이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21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이후 여권의 고질적 병폐인 친이계_친박계 갈등은 누그러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청와대 비판을 자제하고 있으며, 지난달 23일에는 조해진 강승규 김영우 의원 등 친이계 핵심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친이계와의 화합과 소통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친박계와 갈등 관계에 있던 이재오 특임장관이 10일 김영선 이혜훈 구상찬 의원 등 수도권 친박계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당내 친이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와 친박계 모임인 ‘여의포럼’이 최근 각각 탈계파 순수 정책연구모임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도부 내부 또는 친이계 내부로 시선을 돌려보면 영 딴판이다. 우선 주류 지도부 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전당대회 직후 당직 인선 문제로 안상수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이 한바탕 충돌을 벌였다.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10일엔 홍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 서민정책특위 활동 방식을 두고 김무성 원내대표와 홍 최고위원이 갈등을 빚었다. 김 원내대표는 “서민특위가 아무리 좋은 안이라도 일방적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고 홍 최고위원을 공개 비판했다. 홍 최고위원도 “정책위의 지시를 받으라고 한다면 서민특위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때문에 당내에선 “이번 최고위원단은 각자 개인플레이만 한다. 당 지도부 내에서 통일된 흐름을 찾기가 어렵고 헷갈린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물론 “최고위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건강한 것”(한 최고위원)이라는 반론은 있다.
불법사찰 문제를 두고는 친이계 핵심들간 갈등도 증폭됐다. 불법사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정두언 정태근 남경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정면 공격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친이계의 한 초선 의원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갈등의 양상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것”이라며 “정권재창출 필요성에 의해 기존의 계파 갈등 전선이 흐려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각 정치인들이 살아남기 위한 투쟁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도부의 당 조직 장악력이 떨어져 갈등 전선이 다각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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