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회복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 주말 추석맞이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한 것은 앞서 수해 복구를 위한 쌀과 시멘트, 중장비 지원을 요청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비친다. 언뜻 남쪽의 인도적 지원의 대가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시한 듯하지만, 후계체제 공식화를 앞두고 경색된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워 대외관계를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볼 만하다.
주목할 것은 북한의 화해 손짓이 인도적 분야에 한정된 점이다. 천안함 사 태 이후 우리 정부가 북한의 명백한 사죄를 관계 복원의 선결조건으로 못 박은 상황에서 그나마 대화와 소통을 모색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북한의 속사정이나 내심을 헤아리려 애쓰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10일 러시아에서 "북한이 전향적 자세를 보인다면 제2 개성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장기적 구상을 밝힌 것이다. 또 이 대통령은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사죄를 하고 정상적 관계로 가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천명했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관계 복원을 넘어선 적극적 지원 의지를 밝힌 것은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정부가 '천안함 사죄 '요구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정책 의지를 표명한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국제공조에 의한 대북 제재조치를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 분야마저 봉쇄하는 것은 자칫 국제적 명분을 훼손하고 남남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후계체제 안정 등의 절실한 과제를 안고 있는 북의 태도 변화를 위해서는 조금씩 숨통을 터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가 수해 지원을 일단 100억 원 규모로 제한하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요구하기로 한 것은 북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본다. 추이를 보면서 식량 등 지원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이를 통해 6자회담 재개 등 전반적 정세변화 흐름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지혜로운 정책 결정을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