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인도 남부에서 인습인 카스트제도가 거의 붕괴됐고 그 자리를 경제 계층이 대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부 타밀나두주(洲)의 경우 ‘나다르’라 불리는 이곳 주민들은 고등 교육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훨씬 높으며 소득과 수명에서도 북부에 비해 월등하다. 불과 30년 전 최하층인 수드라에 해당, 육체노동자로 천시받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현재 나다르는 인도 전체를 이끄는 신흥 경제계층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나다르가 강력한 카스트제도를 이겨낸 데에는 교육이 뒷받침돼 있다. 20세기 초 천시와 멸시의 대상이었을 때조차도 이들은 자선모금을 통해 어린이들을 교육시켰다. 그 결과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부터 강력한 정치력을 형성했고, 이후 주도적으로 개발을 이끌었다. 또 내륙보다 교역이 수월한 해안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도 고등 교육을 받은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무대가 됐다. 사업가 체지 가네산은 “오늘날 카스트는 더 이상 장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스트제도의 붕괴가 북부 지역까지 확산될 수 있느냐다. 남부 하층 계급이 경제발전과 교육에 집중한 반면, 북부는 카스트 계급별로 정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에 몰두했다.
같은 계급에 투표하는 성향이 노골화하면서 카스트제를 오히려 견고히 하는 원인이 됐다. 최근 80년만에 카스트별 인구조사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 “계급별로 정부 요직을 나눠 먹기 위한 조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NYT는 남부 번영이 북부 하층에도 미칠지 여부는 지켜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사회변혁(카스트제도 붕괴) 없이 경제 번영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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