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과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등 9ㆍ11 테러 참사현장에서 11일(현지시간) 9ㆍ11 9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 각계 인사들도 모두 현장에 모여 당시를 회상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오전 7시25분 뉴욕 테러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미 국가가 연주되고,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가 공중납치된 여객기에 첫번째 공격을 받은 오전 8시46분 희생자 3,000여명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앞서 8번의 기념식과 비슷했다. 추도연설이 모두 끝나가는 정오 무렵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짓는 문제를 놓고 찬반 시위자들이 모여들었다. 좌파와 반전론자,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들은 모스크 건설부지에서 “아집과 증오가 미국 안보의 위협” “이슬람에 대한 공격은 인종주의”라는 팻말 등을 들며 모스크 건설에 반대하는 측을 성토했다. 불과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는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 “모스크 건설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모스크 건설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들이 집결했다. 한 남성은 “모스크 건설을 허가해 이를 비행기로 무너뜨려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슬람 찬반 시위는 하루종일 미 전역에서 벌어졌다. 코란을 소각하겠다고 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테리 존스 목사의 플로리다 교회에서는 경찰이 특수기동대(SWAT)까지 배치하는 삼엄한 경계를 펴는 가운데 코란 소각 지지ㆍ반대파들이 코 앞에서 대치했다. 테네시주 내시빌에서는 복음주의 목사 등이 코란을 불태웠고, 백악관 앞에서도 기독교인들이 코란을 찢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모스크 건설 지지 입장을 비난했다.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는 폭스뉴스의 극우 보수논객이자 진행자인 글렌 벡, 세라 페일린 전 주지사 등이 수천명의 반 이슬람 시위를 이끌었다.
9ㆍ11 기념일이 이처럼 두 쪽으로 갈려 비방과 증오로 치러진 것은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정치적 논쟁을 벌이더라도 9ㆍ11이 되면 숙연한 분위기에서 미국인의 단합과 능력을 보였던 것이 지난 8번의 기념식이었다”며 “다시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스크 건설문제, 코란 소각 논란 등이 확산되면서 정치적으로 가장 오염된 9ㆍ11 기념식이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200여명이 숨진 국방부 테러 현장에서 연설한 오바마 대통령은 관용과 화합, 미국의 정신을 수차례 강조하며 파문 차단에 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를 공격한 것은 종교가 아니라 알 카에다”라며 “우리는 이슬람과 결코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란 소각을 취소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유보하는 등 오락가락했던 존스 목사는 이날 뉴욕에서 NBC 방송에 “코란을 소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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