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이어 9월도 비에 젖고 있다. 이달 들어 열흘 동안 해를 본 날이 2,3일에 불과하다. 가을비라고 하기엔 너무 굵은 장마 같은 장대비가 잦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기간(6월 21일~7월 31일)에 내린 평균 강수량은 302.6㎜로 이 기간에 평년 강수량(344.4㎜)의 87.9%에 불과했다. 반면 장마가 끝난 뒤(8월 21일~9월 9일)에 내린 평균 강수량은 238.4㎜로 평년(165.7㎜)에 비해 43.9%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9월 들어 하루라도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없다. 해마다 찾아오는 여름 장마는 약해진 반면, '가을장마'가 위력을 떨치는 모양새로 사실상 석 달 이상 한반도에 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개 추석이 다가올 무렵이면 맑고 선선한 가을날씨를 보이기 마련이지만 올해에는 비 예보가 계속되고 있다. 9호 태풍 말로가 물러간 뒤 9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13일까지 무려 5일간 계속될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남부와 제주 지역은 14일까지 이어지는 곳도 있다.
특히 9일 밤부터 10일까지 중부지역, 특히 인천, 경기북부 등 수도권의 강우량은 최고 300mm(파주)에 달해 태풍 수준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으로 유입된 따뜻한 수증기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를 만나 강한 비구름대를 형성했기 때문인데, 여름철 장마전선의 형태와 똑같다.
여름장마 뒤 무더위가 찾아오고, 이어 맑고 선선한 날씨로 넘어가는 전형적인 날씨 패턴이 깨지고 가을장마의 경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2, 3년 전부터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비가 오는 시기도 장마에서 우기(雨期)로 표현을 바꾸고 아열대화로 규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박정규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평년처럼 장마기간 이후 무더위가 찾아오는 전형적인 온대성 기후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8, 9월의 강수량이 증가하고 9월 중순까지 비가 계속된다고 해서 이를 우기로 진단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준석 기후예측과장은 "최근 8월 강수가 계속 증가한 것은 분명하나 장마전선의 이동경로, 태풍 등의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우기로 단정짓기 어렵다"며 "8월 호우의 성격을 좀 더 충분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우기는 아열대기후의 전형적인 특성으로 3~6개월 동안 비가 오거나 흐릴 때 규정된다.
물론 평균기온도 8개월 이상 10도를 넘어야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한반도 기후를 아열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추세상 한반도가 점점 덥고 습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가 내놓은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에 따르면 21세기말(2071~2099년)에 한반도 기온은 현재의 연평균(6.4도~16.2도)보다 4도 가량 상승하고 강수량도 현재 연평균(972.2~1850.7㎜)보다 17%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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